빠르게 변하는 시대와 그와 발맞춰 변화하는 노동환경에 따라 새로운 노동형태들이 생겨났다.
‘플랫폼 노동자’
플랫폼 노동자는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첫 번째는 ‘온 디맨드 워크(On Demand Work)’다. 우리가 흔하게 사용하는 배달 어플을 생각하면 쉽다. 온라인에서 주문이 선행되고, 오프라인에서 대면 작업이 수행되는 일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두 번째는 조직으로부터 특정한 작업을 부여받고 불특정 다수에게 일이 주어지는 방식인 ‘크라우드 워크(Crowd Work)’다. 온라인에서 업무를 받아 온라인으로 일을 수행하는 방식인 프리랜서를 비롯한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이 이 방식을 통해 일하고 있다.
단어는 낯설지만 플랫폼 노동자는 우리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직업군이다. 집 문만 열어도 배달 어플을 통해 배달 중인 배달원들과 퀵서비스 기사들을 볼 수 있다.
그만큼 플랫폼과 관련된 노동자도 늘어났다. 노동부는 플랫폼 노동자가 66만 명이나 된다고 밝혔다. 이는 전체 취업자(15~69세)의 2.6%에 해당한다.
우리는 플랫폼이 주는 편안함을 이미 깨달아버렸다.
어쩌다 플랫폼이 마련되지 않은 분야를 발견하게 되면 답답해하고, 빨리 해당 플랫폼이 만들어지길 바란다.
확신한다. 우리는 플랫폼이 없던 세상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지금은 회사에 소속되어 있지만, 이전에는 나도 플랫폼에 속한 프리랜서로 일했었다.
프리랜서! 이 얼마나 멋있고 모순적인 단어인가. 회사원들은 프리랜서의 자유로움을 꿈꾸며 살고, 프리랜서들은 회사원의 안정감을 꿈꾸며 산다.
조직에 속해 있다가 프리랜서로 나오게 되면 회사의 시스템이 그리워지는 순간이 종종 찾아온다. 아마 지금 이 문장을 읽고 미간을 좁힌 회사원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근데 겪어보니 다 장단점이 있더라고요.
돈 받고 쉬는 유급휴가, 하루 한 끼를 책임져 주는 식대 제공, 간식이 넘쳐나는 탕비실도 좋지만 가장 그리웠던 것은 바로 4대 보험이었다.
월급 명세서를 볼 때마다 안 내도 되는 돈 내는 기분에 짜증만 나던 녀석인데, 막상 떠나보냈더니 그렇게 소중할 수가 없었다.
보험의 필요를 뼈저리게 느끼는 순간은 두 가지다. 예기치 못한 위기상황에서 내 계좌를 지키거나, 혹은 전부 잃거나.
플랫폼 노동자 66만 명은 4대 보험의 사각지대에 위치해있다. 똑같은 노동자인데, 현행법은 전통적 노동자의 특징만 생각하며 현시대에 맞지 않는 사회보험 울타리를 세우고 있다.
그래서 올해 10월 플랫폼 노동자들도 사회보험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올 수 있게 만드는 법안이 발의됐다. ‘노무제공자’라는 개념을 새로 적용하여 플랫폼 노동자들도 ‘산재보험’에 의무 가입시키는 법이다.
현재 플랫폼 노동자가 산재보험 의무 가입 대상자가 되기 위해서는 하나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바로 ‘전속성’이다.
예를들어 노동자의 수입이나 업무 시간의 절반 이상이 하나의 사업에 종속되어 있거나, 해당 사업을 우선적으로 행할 시 전속성이 인정된다.
이 조건은 앞서 이야기했던 ‘전통적 노동자의 특징’에 기반했다. 그러다 보니 안타깝게도 여러 업체에서 일감을 받는 화물차주나 퀵서비스 기사 등의 노동자는 산재보험 의무가입 대상이 아니게 됐다.
개정안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사업을 위해 자신이 직접 노무를 제공하고 그 대가를 지급받는 노동자”, 즉 노무제공자라는 개념을 새로 정의했다. 그리고 이에 해당되는 노동자 모두를 산재보험 필수 적용, 즉 의무가입 대상자에 포함시켰다.
현재 전속성이 인정되어 산재보험에 가입된 플랫폼 노동자는 산재보험료를 사업주와 5:5씩 나누어 내고 있다. 이 비율은 플랫폼 종사자 또한 사업자라는 지위를 갖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임금근로자와 다를 바 없는 형태로 일하고 있는 ‘무늬만 개인사업자’도 있다. 사업주가 원하는 시간에, 강제성이 강한 지시 사항을 따르며 일하고 있는 종속성 높은 플랫폼 노동자들이다.
이런 경우에는 산재보험료를 사업주가 100% 부담하는 임금근로자와 형평성 면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해당 법안은 이들을 위하여, 부담비율은 원칙적으로 5:5로 하되 사용종속관계 정도 등을 고려하여 사업자가 보험료를 100% 부담하는 특정 직종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이 '특정 직종'을 정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현재 특수형태 근로종사자(이하 특고종사자)의 산재보험 의무가입 업종은 총 14개 직종이다. 2008년부터 순차적으로 늘어나 현재 소프트웨어 기술자까지 산재보험 적용 확대가 이루어졌다.
하지만 이 직종에 해당한다고 해서 모두가 의무가입되는 것은 아니다. 앞서 얘기한 '전속성'을 충족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개정안이 통과되고 시행령을 정할 때, 이와 같이 법 적용에서 소외되는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대상 설정 기준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노무제공자가 산재보험에 가입되면 고용한 사업주가 아닌 ‘플랫폼 운영자’가 산재보험료를 원천 공제하여 납부하게 된다. 사업주가 플랫폼이 아니라 중간 대행업체일 때에도 마찬가지다.
플랫폼 운영자는 직접 종사자의 노무제공 횟수와 월 보수액 등에 관한 데이터를 공단에 신고한다. 사업주와 노무제공자 양측에게서 보험료를 공제하는 것도 플랫폼이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일감을 얻어 생활하는 노동자 수는 점점 늘고 있다. 플랫폼이 우리 삶 속에 깊숙이 자리 잡게 되는 만큼 그 수는 점점 더 늘어날 것이다.
산재보험은 근로자의 안전과 지속 가능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필요한 보험이다.
대법원은 산재보험 제도를 “작업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산업안전보건상의 위험을 사업주나 근로자 어느 일방에 전가하는 것이 아니라 공적 보험을 통해서 산업과 사회 전체가 이를 분담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진다고 했다.
노동의 형태는 인간의 탄생과 함께 계속해서 변화해왔다. 그리고 앞으로도 변해갈 것이다. 인간의 권리도 그에 발맞춰 더 나은 삶을 위해 계속해서 확대돼야 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개정안이 나온 타이밍이 굉장히 아쉽다. 산재보험에 가입되지 못 한 노무제공자들 중 이미 사고에 대한 피해를 개인이 모두 떠안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늦었다고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 가만히 누워만 있으면 결국 우리와 가까워지는 건 죽음뿐이다.
일을 하는 모든 이에게 사회보험은 필요하다.
세상도 다시 한번 변할 때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