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열심히 돈을 벌어야 하는 이유가 집 때문이란 사실이 처참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더 배울 수 있고, 더 볼 수 있고, 더 도전할 수 있는 기회들이 ‘내 집 마련’ 하나에 전부 매몰되어 버린다.
사회에 막 진입하는 시기에는 월세, 자기 분야에 자리를 잡기 시작할 때는 전세, 슬슬 이사 다니는 게 진절머리가 난다 싶으면 매매… 그리고 운 좋게 매매에 성공했다면 그때부터는 대출금 갚기에 돌입하겠지.
우리는 어릴 때부터 인간의 삶의 기본이 되는 세 가지가 '의, 식, 주'라고 배우며 자라왔다.
그러나 ‘주’를 구하는 게 이렇게나 험난하다는 건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 요즘 흘러가는 분위기를 보면 어쩌면 평생 '주'를 구하지 못할 거 같기도 하다.
집은 삶을 유지하기 위한 기본 수단이라더니… 기본을 챙기는 게 이 정도로 힘이 들면 이건 기본이 아닌 거 아닌가요. 공교육에서 현실과 다른 이론을 당연하다는 듯이 알려주시다니요. 이 정도면 이거 교육 사기 아니냐고요.
물론 국가도 이런 상황을 가만히 손 놓고 지켜보고만 있는 건 아니다.
무주택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해 추진되는 정책 중 하나로 ‘공공주택 구조사업’이 있다. 흔히 말하는 임대주택, 공공주택이 바로 이것이다.
그러나 현재는 공공주택단지 조성 과정에서 공권력을 동원해 원주민의 토지를 강제로 수용한다거나, 공공주택임에도 민간에 의해 비싼 값에 공급되거나, 시장에 나온 이후에는 투기 대상이 되어 오히려 자산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등의 문제를 가지고 있다.
공익을 실현하겠다는 이유로 거주민을 내쫓았으면서, 엉뚱한 사람들의 배만 불려주고 있는 꼴이 됐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주택지구 조성사업의 공공성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법안이 발의됐다.
먼저 이 법안은 공공주택의 건설비율을 상향시킨다.
현행법으로는 공공택지개발 주택 중 최소 50%가 공공주택으로 들어간다. 공공임대주택이 전체 주택의 35% 이상, 공공분양주택은 25% 이하로 구성된 비율이다.
그러나 개정안은 이 공공주택 공급률을 80%까지 끌어올린다. 전체 주택의 50% 이상을 공공임대주택으로, 30% 이상을 공공분양주택으로 만들어 공공주택 물량을 대폭 확대시키는 거다.
또한 공공주택 매각 시 공공주택사업자에게만 팔 수 있도록 정한다.
‘환매조건부 주택’을 통해 LH, SH 등의 주택 공사가 분양 당시 정한 가격이나 최초 분양가에 정상 이자율을 적용한 가격으로 다시 주택을 사들이도록 하여 주택 판매로 시세차익을 누릴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을 통해 집 값을 계속해서 시세보다 저렴하게 유지시킬 수 있도록 만든다.
세간에서는 공공주택 사업은 실패한 사업이라 말하기도 한다.
그들은 국내의 예로는 2007년 경기도 군포부곡지구의 환매조건부 분양 방식을 든다. 당시 환매조건부 분양주택이 처음으로 시범 공급됐으나 청약률과 계약률이 저조해 중단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문제의 원인은 매입자를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환매기간과 분양원가였다. 20년 동안 매각을 제한하거나, 높은 시세차익 환수 등의 이유가 사람들의 발길을 이끌지 못한 것이다.
해외 실패 사례로는 북유럽 국가들이 언급된다.
많은 복지 정책들의 이상향으로 꼽히는 북유럽도 공공주택정책에 관해서는 말을 아끼게 된다.
스웨덴의 스톡홀름의 경우, 전체 주택의 30%가 임대주택이지만 대도시 밀집화 현상이 증가하게 되며 임대주택에 입주하기까지 19~23년 정도를 대기하여야 한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오지 못하니 결국 집값도 가파르게 높아졌다.
그러나 공공임대주택 정책에 실패한 사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스트리아의 빈의 경우는 또 다르다. 이곳도 주택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기는 하지만, 다른 지역에 비해 훨씬 낮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빈은 이미 전체 주택 가운데 60%가 임대주택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과거에 산업단지와 공항 등으로 이용됐던 부지들을 꾸준히 주거지역으로 전환하고 있으며, 기존의 임대주택도 개량을 위해 많은 예산을 투자하고 있다.
빈은 2016년 3만 명의 인구가 증가했지만 동시에 1만 가구의 주택을 공급하며 수요에 상응하는 공급을 이루어냈다.
빈은 주택 공급을 지금보다 30% 더 확대시키기 위하여 각종 인허가 절차 간소화를 비롯한 정책적 지원을 지속 중이다. 또한 한정된 예산으로 더 많은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건축 표준화와 효율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 결과 2018년 기준, 빈의 건축비는 제곱미터당 약 150만 원 수준까지 내려갔다. 같은 시기 우리나라의 건축비는 약 186만 원이었다.
집은 우리의 행복한 삶을 위한 수단일 뿐이다
한 사람의 인생에서 얻을 수 있는 돈과 기회를 집에게 전부 잡아먹혀 버리는데 그것이 곧 삶의 목적이라 착각하며 살아간다. 수단이 목적이 되면 인간은 쉽게 불행해진다.
이 법안을 제안하는 거처럼 무언가를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지금까지 집을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한 것 이상으로 앞으로 더 많은 희생을 치루어야 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