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중요한 것은 '즐겜'이다!

by 공익허브
gaming-gfe87701f4_1920.jpg


내 인생 첫 번째 온라인 게임은 메이플스토리였다.

초등학교 때 유행처럼 번지던 흐름에 올라타 나도 엄마를 졸랐다. 14세 미만 시절이었기 때문에 부모님의 동의 없이는 계정을 만들 수가 없었다. 우리네 부모님들이 그러하시듯 나의 어머니도 게임에 대해 회의적이셨다. 그래서 나는 치트키를 썼다.


“엄마, 반 친구들 다 이 게임 다 하는데 나만 안 해.“


그렇게 인생 최초의 게임 아이디가 생성되었다. 안타까운 점은 어머니의 주민등록번호로 가입되어 있어서 지금도 인증을 해야 할 때면 반드시 어머니의 핸드폰이 필요하단 거다.

안 그래도 얼마 전에 OTP(일회용 비밀번호) 인증 때문에 연락을 드렸었다.


“어, 엄마. 갑자기 오래간만에 전화해서 놀랐지? 다른 건 아니고… 지금 엄마 핸드폰으로 인증번호가 하나 갈 거야... 응… 그것 좀 알려줘…”


그렇게 우리 동네 최고 효녀는 무사히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었답니다. 끝.


사실 온라인 게임은 우리에게 일상생활이 된 지 오래다.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의 유행과 고액 연봉을 받는 프로게이머들의 활약들을 시작으로 게임은 어린아이만 한다는 인식도 진작에 사라졌다.

요즘은 해외에서 한국 하면 먼저 K-pop부터 떠올리지만, 몇 년 전만에도 게임이 제일 먼저 언급될 정도로 유명세도 어마어마했다.


나도 한 명의 플레이어로서 한국의 게임에 자부심을 느끼며 살아왔다. 게임을 잘하는 건 아니지만 좋아했기 때문에 새로운 게임이 나오면 항상 사전예약도 하고, 몇 주간 의무적으로 플레이도 했었다.


그래서 확률 조작 사태가 일어났을 때 굉장한 수치스러움을 느꼈다. 어쩜 하나같이 내가 했고, 거기다 돈까지 많이 썼던 게임들인지. 내가 해준 넥슨 신사옥 창문 두 개랑 엔씨소프트 탕비실 전자레인지들을 도로 가서 뺏어 오고 싶었다(진짜로 해줬다는 건 아니고 그만큼 돈을 썼다는 뜻이다).


그래서 확률형 아이템을 규제하겠다는 법안이 나왔을 때도 자업자득이다 싶었다. 게임사도 정확한 확률을 모른다는 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이것도 랜덤 뽑기 해서 나온 문장을 쓴 건가.


현재 발의된 게임산업 진흥법 개정안은 문제의 확률형 아이템에 관한 규제와 유저의 보호 등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먼저 이 법안은 게임 안에서 확률형 아이템의 퍼센트를 의무 공개하도록 한다. 지금도 논란을 인지한 유명 게임들은 확률을 공개하고 운영 중이다. 하지만 현재는 확률 공개가 의무사항이 아닌 자유사항이기 때문에 공개하지 않더라도 이의를 제기하기 힘들다. 확률을 공개한다고 아이템이나 스탯이 더 잘 나오게 되는 건 아니지만, 절대 나올 수 없는 확률의 스탯을 얻고자 상당한 금액을 소모하는 일들은 막을 수 있게 된다.


두 번째로 게임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해 ‘게임 이용자로부터 제기되는 의견이나 불만을 지체 없이 처리하여야 한다’는 조항이 추가된다. 게임을 하다 보면 버그나 운영의 문제점들을 무조건적으로 발견하게 된다. 사람이 하는 일이니 이런 부분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그에 대한 의견을 카페나 GM들에게 전달했을 때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 태도는 다른 문제다. 실제로 버그를 이용하여 부당한 이득을 얻는 유저들이 계속해서 있어왔고, 빠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 정상적인 플레이를 하는 유저들이 피해를 입은 사례가 많았다.

이런 조항을 통해 유저들을 보호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동등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된다.


유저를 보호하는 방법으로는 해외 게임사업자에게 국내 대리인을 지정하게 하는 조항도 있다. 놀랍게도 우리가 하는 게임들의 상당수는 해외에서 만들어졌다. 현재 국내 모바일 게임 매출 상위 50개 게임 중 16개는 중국에서 만들어진 게임이다.

이런 게임의 문제점은 유저들이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이슈를 언어 때문에 즉각적으로 전달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환불이나 버그로 인한 보상 등이 이러한 이유로 생략되어 버리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화가 나지만 현행법으로는 해외 게임사들의 무분별한 운영을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

개정안대로 국내 대리인을 의무적으로 두게 한다면, 이용자 보호 의무를 다하지 않았을 경우 이들을 처벌할 수 있게 된다.


개정안이 통과되게 되면 지나치게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마케팅,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미준수, 환불 먹튀 등 국내 게임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해외 게임들도 규제할 수 있다.

이 조항을 통해 국내 게임사와 한국 게임사 간의 공정한 경쟁과 유저들의 보호를 동시에 할 수 있게 된다.


온라인 게임이 우리의 생활 속에 자리 잡게 된 기간은 길지만,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나 법적인 규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이 개정안에는 사행성에 관한 내용도 담고 있다. 게임이 사회 통념상 과다한 비용 소모가 필요하거나, 게임머니 혹은 아이템 등이 실제 돈으로 환전될 수 있거나, 재산상의 이익이나 손실을 줄 수 있도록 게임을 개조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파악되면 법적으로 유통을 막을 수 있다는 조항이다.


게임이 지나치게 사행성을 띄는 것을 막기 위한 조항이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많은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유저들의 과한 금전적 손실을 막을 수 있지만, 동시에 현재 게임 산업 흐름과 반대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현재 게임사들 사이에서는 NFT(대체 불가 토큰)을 이용한 게임 개발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게임도 하고 돈도 벌 수 있게 되는 시스템이 도입되는 건데, 위와 같은 조항은 현재의 게임 산업 방향을 막는 요소가 될 수 있다.


뉴스에서는 게임에 대해 부정적인 내용들만을 보도하지만, 실제로 게임을 해본 유저라면 알 것이다. 절대로 게임은 나쁘기만 한 게 아니라고.


게임으로 삶의 원동력을 얻거나 유저끼리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인간관계를 확장시키고, 더 나아가 우울했던 시절을 극복한 사람들도 많다.

웹툰 ‘여중생 A’는 게임을 통해 어두운 학창 시절을 극복해나가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웹툰이 연재될 당시, 주인공과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의 공감 댓글이 많이 달리기도 하였다.


결국 중요한 것은 ‘즐겜’이다. 유저들에게 게임이 즐거운 경험으로 남을 수 있도록 만들어 줘야 한다. 왜냐하면 게임도 또 하나의 삶이니까.


▶관련보고서 보러가기

keyword
작가의 이전글긴 세월을 무사히 살아남은 자만이 노인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