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좀비물에서만 보이는 특징 : 임대아파트 차별

by 공익허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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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저 영상 당시 연기력 논란으로 시끄러웠던 <지금 우리 학교는>은 공개 후, 우려와 달리 넷플릭스 전 세계 순위 1위의 영광을 찍었다.


물론 1위가 되었다고 해서 그것이 무조건 좋은 작품이라는 뜻은 아니다.

굳이 변방의 작은 글쓴이가 언급할 필요도 없이, 감독의 인터뷰로도 메꾸어지지 않는 이 작품의 단점은 이미 여러 매체에서 다루어졌다.


그렇기에 나는 작품의 전반적인 이야기보다, 한국 좀비물에서만 보이는 한 가지 특징에 초점을 맞춰 서술해보려 한다. 바로 ‘임대 아파트’에 대한 차별 감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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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물에서 빠질 수 없는 리얼한 분장과 흥미진진한 액션 연출은 관객들에게 커다란 재미와 만족감을 주지만, 사실 좀비물은 공포가 주목적인 장르가 아니다.


좀비물은 비리 경찰이나 썩은 정치인들이 등장하는 범죄영화들보다 더 사회비판적인 목적을 가졌다. 이야기의 시작점이 어디고, 처음 좀비가 등장하는 장소가 어디냐에 따라 작품의 주요 메시지는 달라진다.


마을, 도시, 실험실, 공항, 학교… 좀비가 처음 등장하는 장소들이 가지는 상징성은 곧 이 작품이 앞으로 어떤 사회적 문제를 다룰 것인지 알려주는 복선이다.


지우학은 학교라는 공동체 사회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문제들 중, ‘임대 아파트 차별’을 끌고 왔다. 작품은 일진들의 폭력에 의한 학생들의 피해와 굴복보다, 재산 격차로 인해 발생하는 갈등과 차별을 더 길고 자세하게 다룬다.


놀라운 것은 좀비가 등장하는 또 다른 드라마 ‘해피니스’에서도 같은 문제를 언급한다는 것이다.


좀비물에서 소득계층 간의 갈등을 이야기하는 게 드문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이 ‘임대 아파트’라는 상징적인 매개체를 통해 보이는 것은 한국 좀비물의 특징이다.


20년간 국민 평균 임금이 2배 오를 동안 서울의 아파트 값은 7배 상승했다. 당연히 부동산을 갖고 있던 사람의 재산은 부동산이 없는 사람보다 더 빠르게 늘어났고, 자본주의의 논리답게 부는 또 다른 부를 만들어 냈다.


얼마 전, 친구가 6년 동안 살던 월세집을 정리했다. 친구는 집주인이 좋은 사람이라 다행이라 했다. 집주인은 친구가 거주하는 기간 내내 단 한 번도 월세를 올리지 않았었기 때문이다.


친구는 운 좋게 LH에 당첨되어 전세로 옮기게 되었고, 그간의 감사함을 담아 집주인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이런 말을 들었다고 한다.


“아… 제가 거기에도 집이 있었나요?”


임대아파트는 이런 극심한 주거 격차를 완화시키기 위한 정책 중 하나였다. 그러나 그것이 사람들에게 또 다른 차별의 기준을 만들어 버렸다.


같은 단지 내에 있더라도 임대 아파트동은 색이나 길을 다르게 하여 구분시킨다거나, 저층만 분양한다거나, 더 심한 경우에는 아예 동을 떨어트려서 짓는 경우도 있었다.


월세와 전세의 의미도 모르는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집을 기준으로 차별이 일어나고 있다는 인터넷 속 이야기는 이러한 어른들의 태도로 인해 더 공공연해지고만 있었다.


좀비물은 사회비판이라는 목적이 뚜렷한 만큼 클리셰적인 요소들이 많다. 사건과 인물들의 갈등도 생존이 목적이기 때문에 평면적이고 전형적이다.


그러나 한국 좀비물의 등장인물들은 세상이 무너지는 순간까지도 재산으로 서로를 갈라 세웠다.


이것이 만약 한국형 좀비물의 클리셰가 되어 버린다면, 우리 사회 내의 극심해진 양극화 현상을 돌아봐야 한다는 신호로 봐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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