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을 꿈에 빗댄다면 배우 이병헌은 지금 '좋은 꿈'을 꾸는 중일 게다.
26일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 열린 제37회 청룡영화상에서 이병헌은 영화 '내부자들'로 첫 청룡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좋은 꿈
이병헌은 수상소감으로 "25년 동안 연기했는데 (청룡 남우주연상을) 처음 받아서 너무나 기쁘고 감개무량하다. 함께 후보에 오른 배우분들이 워낙 훌륭해 기대를 많이 하진 못했었다, 25년간 수상 소감을 생각했는데 너무 정신이 없다. 영화 내부자들을 함께한 배우와 스태프, 소속사 대표와 나의 아내 이민정 씨를 비롯한 가족들과 팬들께 감사드린다"라고 말했다.
이날은 겹경사로 '내부자들'이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했다. 이병헌은 수상 후 소속사를 통해 "'내부자들도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해 기쁨이 두 배가 되었습니다"라며 "이 모두 관객분들과 팬분들, 훌륭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 고생하신 감독님, 스태프분들, 배우분들 덕분입니다.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앞으로 더욱 훌륭한 연기와 작품으로 보답하겠습니다"라며 거듭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지난 추석 즈음에는 이병헌이 총잡이로 등장한 할리우드 서부극 '매그니피센트7'이 개봉했다. 영화는 율 브린너 주연의 고전 영화 '활야의 7인'을 리메이크 한 것으로 개봉 당시 추석극 강자로 떠오르며 서부영화 마니아들의 반가움을 샀다. 게다가 연기로서는 깔 것이 없다'는 말이 들릴 정도로 믿고 보는 배우 이병헌이 할리우드 진출 이후 첫 주연급 캐릭터를 맡았다는 점에서 관객의 기대는 높았고, 짭짤한 흥행 가도를 달렸다.
뭣보다 매그니피센트는 배우를 떠나 이병헌 개인적으로도 남달리 의미가 큰 영화였다. 그는 개봉을 앞두고 영화 홍보차 인터뷰할 당시 "매그니피센트7은 내게 의미가 크다. 대여섯 살 때 아버지와 주말의 명화를 자주 봤다. 그때 황야의 7인을 봤던 기억도 난다"며 "그 시절 영화를 보고 이다음에 커서 카우보이가 돼야겠다고 생각했다. 근데 몇 십 년이 지나서 이렇게 보니 카우보이는 안 됐지만 배우가 돼 그 영화의 주역 7명 중 한 사람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매우 영광이자 꿈을 이룬 셈이다"라고 벅찬 소회를 전했다.
나쁜꿈
사실상 이병헌은 두 영화가 있기 전 만해도, 뭣보다 매그니센트7에 앞서 1년 전 이맘때쯤 개봉한 '내부자들'이 엄청난 화제를 낳으며 돌풍을 이어가기 전만 해도 악몽에 시달렸을 법할 만큼 그에 대한 대중의 시선은 차가웠고, 불편한 배우로 손꼽혔다.
탁월한 눈빛 연기와 밀도 높은 화면 장악력으로 존재감 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배우라 평가받고 할리우드 진출까지 성공한, 그래서 원탑 배우로의 독보적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그였지만, 결혼 후 휘말린 성 추문 스캔들은 전대미문급 사건으로 기록될 만큼 치명타를 남겼다.
물론 이병헌이 음담패설 성희롱 피의자가 아닌, 50억 협박 사건의 피해자라고 재판부가 결론내 무죄로 종결났지만 그럼에도 이병헌의 만신창이 된 명예를 되돌리기엔 이미 물 건너 간 뒤였다. 때문에 처음 '내부자들'에 이병헌이 나온다는 소식이 들려왔을 때만 해도 단지 그가 나온다는 이유만으로 보이콧하겠다는 온라인상의 반응도 심심치 않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대중은 미친 존재감을 보이는 그의 연기력에 열광했다. 싸늘한 반응은 오간 데 없고, 역시 이병헌이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이상향 꿈
덕분에 이병헌은 상복이 터지는 한 해를 보냈다. 올해 상 탄 것만 나열해도 진격의 수상 행보가 아닐 수 없다. 제52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남자 최우수연기상, 제5회 아시아태평양 스타어워즈 글로벌 스타상, 제25회 부일영화상 남우주연상, 제4회 마리끌레르 아시아 스타어워즈 올해의 배우상, 제36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남자연기상을 받았다. 그리고 제37회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까지 겟하며 올 연말 영화제의 화룡점정을 찍었다.
특히 이병헌은 청룡 수상소감을 말하는 자리에서 어지러운 시국을 영화 '내부자들'에 빗대 꼬집은 데 이어 궁극적으로는 희망의 촛불로 향할 거라는 이상향, 유토피아적인 믿음을 용기 있게 전해 깊은 울림을 줬다. 박수갈채를 받은 소감문을 전하면 이렇다.
"처음에 영화 '내부자들'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는 정말 재밌었지만, 한편으론 영화니까 너무 과장된 게 아닌가, 현상과 사회를 너무 극단적으로 몰고 가려고 하지는 않았나, 생각하며 촬영했다. 그런데 지금 현실이 '내부자들'을 이겨버린 상황이라는 생각이 든다. TV를 보면서 모두 한마음으로 절망적인 마음으로 촛불을 들고 있는 것을 봤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장면을 지켜보면서 왠지 저는 언젠가는 저것이 희망의 촛불이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졌다"
이병헌은 개봉 예정작인 범죄 오락 액션 영화 '마스터'에서 희대의 사기범 진회정 역을 맡아 강동원, 김우빈과 함께 호흡을 맞췄다. '마스터'는 오는 12월 개봉한다.
(사진 : SBS 청룡영화상 화면 캡처, 영화 내부자들, 매그니피센트7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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