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국 사람들

by 시즈

한국어에는 '먹다'가 들어간 관용구가 많다.


마음을 먹다

나이를 먹다

욕을 먹다

겁을 먹다

더위를 먹다

애를 먹다


이런 말을 보면서 문득,

"한국 사람들은 참 먹는 걸 좋아하는구나" 싶었다.


'마음을 먹다'라는 말은 이해가 갔지만, '애를 먹다'라는 표현을 처음 봤을 때는 "애를 먹는다고!? 헐…" 하며 깜짝 놀랐다.

어찌 아이를 먹는다는 말이 고생하거나 어려움을 겪는다는 뜻이 되는지 정말 신기했다.


그리고 한국 사람들은 '약을 먹다'거나 '술을 먹다'처럼, 삼키거나 마시는 것도 모두 '먹다'라고 한다.

일본에서는 약은 ‘마신다’, 술도 ‘마신다’이지 ‘먹는다’라고는 하지 않는다.

그래서 약도 술도 ‘먹는다’고 말하는 표현이 처음엔 낯설었지만 동시에 흥미로웠다.


생각해 보면, 내가 한국인 친구를 처음 사귀었을 때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그 친구는 수시로 "밥 먹었어?"라고 물어봤다.

그게 단순한 인사라는 걸 몰랐던 나는, 왜 맨날 밥을 먹었냐고 묻는지 도무지 이해하지 못했다.


일본에서 "밥 먹었어?"라고 묻는 경우는 대부분 정말로 확인하는 경우다.

식사를 했는지 물어보고, 그 대답에 따라 대화가 이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그냥 인사처럼만 물어보는 한국 친구의 의도가 처음에는 납득이 안 됐다.


나중에야 한국 사람들이 "밥 먹었어?"를 인사로 한다는 걸 알게 됐고, 그제야 목에 걸린 생선 가시가 빠져나간 듯 시원했다.


게다가 한국에서 "밥 먹었어?"라는 인사에는 안부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한다.

밥을 먹을 만큼 형편도 건강도 괜찮냐는 안부, 부모가 자식에게 건네는 사랑, 친구를 향한 따뜻한 마음까지 들어 있다는 것이다.


한국 사람에게 '먹다’는 단순히 음식을 먹는 걸 넘어서, 삶과 마음을 나누는 방식 같았다.

나는 그 표현들을 배우면서 한국어뿐 아니라 한국 사람들의 생각방식도 함께 '먹고’ 있는 셈이다.


"밥 먹었어?"

이 짧은 인사 안에 숨어 있던 깊은 뜻을 알게 된 후, 나는 이 말을 더욱 좋아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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