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나를 위로해준 곳

by 시즈

7월 초순, 제주도는 아직 장마철이었다.

아쉽게도 푸른 하늘은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지만, 다행히 비는 오지 않아 흐린 날씨가 산책하기엔 딱 좋았다.


호텔에서 용두암까지 걸어 봤다.

걸어서 25분 정도의 거리.

평소라면 이런 거리를 걸을 일이 거의 없지만, 여행 중에는 30분 정도라면 걸어도 괜찮다고 여긴다.

천천히 걸으며 거리의 분위기와 풍경을 즐길 수 있으니까.


용두암은 생각보다 용머리 같지는 않았다.

그것보다 내 시선을 끈 건 해변에서 일하던 아주머니들이었다.

그녀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제주에서 살아가는 그들의 삶이 문득 궁금해졌다.

관광을 하면서 스쳐 지나가는 한국 사람들의 일상을 엿보는 게 묘하게 좋았다.


바다를 따라 이어지는 해안도로를 걷다 보니, 작은 소품 가게가 눈에 들어왔다.

핸드메이드 소품점이었다.


그곳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건 엽서처럼 생긴 소품들이었다.

그 위에는 이런 글귀들이 적혀 있었다.


여행은 여백을 찾는 길


멋지게 살자


너라면 할 수 있을 거야


누구나 성공할 순 없지만 누구나 행복할 순 있다


그러네.

나는 여백을 찾기 위해 여행을 하는지도 모르고,

당당하게 멋지게 살고 싶고,

나라면 꼭 할 수 있을 거고,

나도 행복할 순 있다.


잠시 발걸음을 멈춘 나는 그 글들을 읽으며, 그것들이 마치 나를 향한 위로와 응원처럼 들렸다.

나는 작은 노트와 볼펜을 샀다.

노트에는 "마치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아"라고 적혀 있었고, 볼펜에는 "잘했고 잘해왔고 잘할 거야~"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소품점을 뒤로하고 다시 걷다가 예쁜 김밥집을 발견했다.

배고픔은 아직 느끼지 않았지만, 무언가에 이끌리듯 발걸음이 그 집을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안은 소박했고 이모 한 분이 훈자 일하고 계셨다.


키오스크에서 주문 후 내가 결제를 하려는데 카드 오류가 나서 진행이 되지 않았다.

어찌할 바 몰라하던 나를 본 이모가 바로 다가와 도와주셨지만, 끝내 내 카드는 인식되지 않았다.


"현금으로 지불할게요"


내가 말하자, 이모가 "일본에서 오셨어요?" 하고 물으셨다.

아무래도 나는 어디서든 일본인 티가 나는 모양이다......


친절한 이모 덕분에 무사히 계산을 마치고 김밥을 받았다.

맛은 특별하진 않았지만, 이모가 직접 정성껏 만들어 주시는 모습을 봐서인지, 그 따뜻함 덕분인지 훨씬 맛있게 느껴졌다.

원래 많이 먹지 못하는 나였지만, 이모가 정성껏 차려 주신 밥을 남기고 싶지 않아 천천히 다 먹어치웠다.


자리를 정리하고 나가려는 나를 향해 이모가 "안녕히 가세요"라고 인사하셨다.

나도 "안녕히 계세요" 라며 고개를 숙였다.


'안녕히 가(계) 세요'

이 말을 들을 떼마다 참 좋은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본어로는 갈 때도 남을 때도 똑같이 '사요나라'라고 한다.

그래서 한국 사람들이 하는 '안녕히 가세요' '안녕히 계세요'라는 말이 유난히 특별하게 들린다.

가는 사람과 남는 사람, 입장에 따라 다른 표현을 쓰는 그 섬세한 배려가 다정한 한국 사람답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일본어 '사요나라'는 어딘가 쓸쓸하게 느껴지는데, 한국어 '안녕히 가(계) 세요'는 따뜻하게 들린다.


밖으로 나오니 김밥집 창문에 이런 글귀가 적혀 있는 게 보였다.


애쓰지 말아요
지금 그대로가
가장 아름다워요


왜 한국어 문장은 이렇게나 내 마음에 닿는 걸까.

바닷가 길을 걷다 우연히 들어간 식당이, 마치 나만을 위한 장소인 듯 느껴져 짜릿했다.


위로해주는 곳.

제주도는 걷기만 해도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곳이었다.

이전 14화한국 문화가 담긴 작은 파라다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