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재능이 없는 내가 가진 강한 무기

by 시즈

"선고 결과에 대하여"

한 통의 메일이 온 순간,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작년에 여섯 개의 공모전에 응모했다.

그중 하나는 가작에 입상했고, 세 작품은 빛을 보지 못했다.

나머지 두 작품은 이번 달에 결과가 나올 예정이었다.


공모전 결과는 보통 입상했을 때만 연락이 온다.

그래서 메일을 본 순간, 나는 입상했다고 생각했다.

신나는 마음으로 메일을 열어보니, 낙원에서 순식간에 땅으로 떨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엄정한 심사 결과 응모해 주신 작품은 입상하지 못했습니다만, 최종 선고까지 남으셨습니다.


아... 그, 그렇구나. 입상은 못했구나.

그래도 굳이 최종 선까지는 남았다는 걸 알려주다니, 고맙기도 하네.

아쉬움과 약간의 기쁨이 섞인 복잡한 마음으로 잠시 글을 바라보았다.


이번에는 아쉬운 결과였지만, 그래도 최종 선고까지 남은 것도 하나의 성과다.

꾸준히 글을 써 내려가는 나날이 조금씩 나를 성장시키고 있다는 걸 느꼈다.


2026년이 되어 세 개의 공모전에 응모했다.

하나는 한국 공모전, 나머지 두 개는 일본 공모전.

그리고 앞으로 두 개를 더 응모할 계획이다.


어떤 글을 쓸지 고민하다가, 문득 내가 무엇을 위해 글을 쓰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공모전을 위한 글을 쓸 때는 아무래도 '어떤 글을 써야 입상할 수 있을까'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

물론 응모하는 이상은 입상하고 싶다.

하지만 나는 입상을 위해 글을 쓰는 사람은 아니다.

그런데 또, 그냥 내가 쓰고 싶은 글만 쓰면 입상하기 어렵다는 생각도 든다.

공모전을 위한 글을 쓸까, 아니면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쓸까.

생각하면 할수록 머리가 복잡해지고 답은 나오지 않았다.


생각해 보면 내가 처음 공모전에서 입상한 건 2023년.

한국 여행기를 쓴 글이 어떤 공모전에서 상을 받았다.

그때는 그냥 쓰고 싶은 걸 막 써 내려갔다.

지금 생각하면 더 서툰 글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처럼 글에 대한 지식도 경험도 없었기 때문에 오히려 더 순수한 글을 쓸 수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니, 20대 때도 어떤 공모전에서 상을 받은 기억이 났다.

에세이라기보다는 너무 짧은 시 같은 글이었나.

더 거슬러 올라가면 초등학생 때의 기억도 떠오른다.

당시 일본에서는 '리본', '나카요시', '차오'같은 만화잡지가 여초딩 사아에서 열풍이었다.

그 잡지에서는 만화 등장인물에게 보내는 한마디 메시지를 모집했는데, 채택되면 해당 만화 페이지 아래쪽에 그 메시지가 실리는 기획이 있었다.

어릴 적 나는 만화 세계에 푹 빠져 있었고, 만화 속 인물이 실체로 어딘가에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지곤 했다.

그래서 친구에게 편지를 쓰듯 그 기획에 응모했다.

어느 날 만화를 읽다가, 내가 보낸 메시지가 아래쪽에 실려 있는 걸 발견했다.

엄청 유명한 잡지에서 내 글을 보게 된 건 신기하고 짜릿했다.


어쩌면 나는 어릴 때부터 '글쓰기'를 좋아했던 걸까.

신기하게도 초등학생 시절 작문을 썼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글을 쓰는 건 마냥 즐거웠고, 어렵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글을 쓰면서 나는 늘 이렇게 생각했다.


"선생님은 이 작문을 재미있게 읽어줄까?"

"내 글을 특별하다고 생각해줄까?"


그런 마음으로 "재미있게 써야지!" 하며 신나게 글을 써 내려갔다.

작문을 다 쓴 뒤 임팩트 있는 제목을 붙이고 뿌듯해했다.

며칠 후, 반 친구들의 작문을 묶은 책자가 나왔다.

친구들의 글을 읽어보니 제목도 내용도 나보다 훨씬 훌륭했고, 내 글이 시시하게 느껴졌다.

나는 글쓰기 재능이 없구나... 하고 씁쓸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글을 잘 쓰는 사람과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분명 후자일 것이다.

그래도 '좋아한다'라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가장 강한 무기가 될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