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돌아오시고 우리는 그날 있었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동네 마당도 신작로도 눈이 녹아 진흙탕이 되어버려 놀 것이 없어 형도 운도도 등잔등 아래 동그랗게 모여있었다.
"우당탕"
부엌에서 무엇인가 넘어지는 소리에 놀란 아버지가 부엌으로 난 쪽문을 열자,
“여보, 이거 봐요.”
밥상대신 ‘세상에’ 꿩대가리가 방안으로 쑥 들어온다. 정말 엄청나게 큰 장끼다. 꿩을 두 손으로 움켜쥔 엄마가 우리 앞에 턱 하니 서 있었다.
“이게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우아아아, 디따 크다.”
“엄마가 잡은 거 맞아”
안 그래도 놀란 것처럼 뺨이 알록달록 붉은 꿩은 그저 집에서 키운 닭처럼 눈만 껌벅거리고 운도가 이리 만져보고 저리 만져봐도 우리가 산에서 만나던 그놈 같지 않게 온순해 보였다.
산에서 아이들을 만나면 장끼는 건방졌다. 어슬렁거리며 걸어 달아나다가, 어쭈 저걸……. 아이들이 만만해하며 뛰어 따라가면 걸음을 빨리해 숨어버린다. 엄청나게 빠르다. 아이들이 숨을 몰아쉬며 지쳐서 멈추면 또다시 윗길 모퉁이에서 슬쩍 우리를 내려다보고 어슬렁거린다.
약 오르지만 달리기론 꿩을 잡을 수 없다. 저마다 짱돌을 하나씩 준비해 이쪽저쪽으로 나뉘어 다가가 ‘이때다’ 돌을 던져보지만 ‘꿔궈궝 후드득’ 날아오른다.
제기랄, 걸음도 빠른 놈이 날기까지 한다.
그래서 엄마가 어떻게 잡았는지가 제일 궁금했다. 그건 아버지도 형도 운도도 마찬가지였다.
엄마는 배시시 웃으신다.
“부엌에서 주웠어”
“에이 어떻게 꿩을 주워?”
“진짜야 그냥 주웠어”
엄마 말은 이랬다. 저녁을 짓고 있는데 뒤쪽에서 푸드덕 날갯짓 소리가 나더란다. 무슨 소린가? 뒤돌아보았지만 부엌 바닥이 어두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 장독대 위에 낮게 솔개가 지나가더란다. 솔개가 부엌 주위에 떠서 빙빙 돌기에 한참 내다보다가 뒤돌아서 부엌으로 들어오는데 땔감으로 쌓아둔 솔잎더미에…….
“대가리만 쑤셔 박고 요대로 있는 거야”
“대가리만 넣고?”
“응, 그래서 그대로 안고 들어온 거야”
“와하하하”
“역시 꿩대가리네”
“제가 아무것도 안 보이니까, 매도 못 볼 거라는 거지”
“와 하하하하”
그랬다. 우리들도 그랬다. 외할머니가 귀신 얘기를 하다가 뒤쪽에 있는 창문을 가리키며 저건 뭐냐? 큰소리를 내시면 우리 형제들은 창문을 보기는커녕 이불속에 머리만 들이밀고 덜덜 떨었다.
할머니도 엄마처럼 우리들 드러난 엉덩이를 두들기며 거짓말이야 이놈들아 일어나. 하시곤 하셨다.
삼룡이도 그랬다. 어쩌다 술래잡기에 끼워주면 고작 숨는 건 머리뿐이고, 울타리 밖으로 그 커다란 엉덩이는 훤히 드러난다. 그러면서도 고개를 갸웃거리며 자기를 찾은 아이들을 신기해했다.
꿩은 비어 있던 토기장에 갇혔다.
아침 일찍 아이들이 토끼장 앞에 모여 있다. 아이들 때문에 놀란 꿩이 푸덕거려 장끼의 화려한 긴 꼬리가 반 토막이 됐다.
“어떻게 잡은 건데?”
산에서 꿩을 만나면 끝까지 쫓다가 제일 억울해하는 용진이와 치완이가 제일 궁금해한다.
“우리 엄마가, 어젯밤에…….”
“이야, 이렇게 큰 걸? 너희 엄마 진짜 대단하다.”
내가 설명하려는데 용팔이 형이 토기장 앞으로 다가오며 큰소리로 감탄한다. 부엉이형과 영도형도 뒤에서 다가왔다.
“그렇지? 이 녀석이 매한테 쫓겨서 우리 부엌으로 숨어 들었나 봐, 우리 엄마가 밥 하러 부엌으로 들어가자 놀라서 후다닥 부엌문으로 날아가는걸, 이렇게…….”
라고 말하며 영도형은 축구 골키퍼가 공을 잡고 나뒹굴 듯이 옆에 있던 솔가지 나뭇단에 몸을 던지며 꿩을 두 손으로 움켜쥐는 모양을 냈다.
“그대로 이렇게 들고 방으로 들어오시는 거야”
“이야”
운도가 그걸 보고 있다가 자기도 나뭇단에 몸을 던지며 꿩을 잡는 시늉을 하자, 개구리와 짱구도 연이어 나뭇단에 몸을 던진다.
“몸도 크신 분이 얼마나 재빠르기에…….”
“넌 상상도 못 해, 아무리 재빨리 도망쳐도……. 아무튼 잡혀서 안 맞아봤으면 몰라.”
용팔이 형에게 영도 형이 설명한다.
여기까지 듣고 있던 용진이와 치완이가 돌아서 내 얼굴을 쳐다본다.
“맞아, 게다가 선이까지 업고 있었던 걸”
나도 맞장구를 쳤다. 왠지 형의 허풍처럼 잡힌 꿩이라면 더 크고 멋있고, 엄마 말처럼 부엌에서 그냥 주워 온 거라면 왜소하고 꾀죄죄할 것 같았다.
“선이도 업고 있었다고?”
용팔이 형이 나에게 묻는다.
“그렇다니까, 그래놓곤 아무렇지도 않게 우리 아버지에게,”
“응, 너희 아버지에게?”
“아버지가 어떻게 된 거냐고 물으시니까”
“부엌에서 주웠어. 이러시는 거야”
‘이야, 너희 엄마 진짜……. “
형이 나를 건너다보며 한쪽 눈을 찡긋했다. 나도 피식 웃었다. 우리 엄마도 잡힌 꿩도 멋있어진 거짓말이었다. 만일 대가리만 처박고 벌벌 떨던 꿩이었다면 운도와 친구들이 막대기로 꾹꾹 쑤시면서 놀리지, 저렇게 가만히 올려다보고 있지는 않았을 거다.
오후에 아줌마들 몇이 꿩을 구경하러 오셨다. 아주머니들 얘기도 한결같았다.
“어쩜 이 큰 장끼를 맨 손으로 잡았대?”
“게다가 날아 나가는 걸 낚아채었다잖아요?”
“영도 엄마가 손이 빠르다는 걸 알았지만…….”
모를 건 엄마의 태도였다.
“뭘요, 그까짓 것 어쩌다 저 놈이 운이 없었던 거지요. 호호호”
엄마는 아무렇지도 않게 뒤에서 웃고 계셨다.
밤에 돌아오신 아버지가 엄마에게 물었다.
“어떻게 된 거야? 당신이 날아가는 꿩을 잡았다고…….”
“누가 그래요?”
“저기 가게 방 앞에서 박 씨랑 승모 아버지랑,”
“그래서 당신 뭐라고 했어요?”
“그냥 듣고 있다가, 우리 마누라가 좀 그래요 했지”
“그 말만 했어요? 아이들이 허풍을 떨어서, 저도 그냥…….”
“그래 하하하”
“오는데 뒤에서, 자네가 고생이 많겠구먼, 나는 새도 잡는 여자랑 함께 사니……. 그러기에 예 그래서 눈치껏 삽니다. 했지”
날아가는 새도 낚아채는 여자
우리 엄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