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닭계장

꽁지 빠지 닭

by 유재복

그러다가 사고가 났다.

저녁 우리도 퇴근하고 이장님도 없는 사이에

사냥개 한 마리가 뒤 철망을 밀어 제치고 나왔단다.

알 낳기 시작한 청계들은 닭장에 갇힌 지 오래,

밖에 놓인 사료통 주변으로 닭계장만 밖에서 돌아다녔는데,

풀린 개가 쫓는 건 닭계장, 유일하게 쫓기는 건 올라갈 지게차도 말릴 사람도 없는 닭계장


자존심이 뭉텅이로 빠졌다.

그 무성한 깃털로 빽빽하고 길었던 자존심을 제대로 물렸다.

꽁지털 세 가닥 남고 나머지는 공장 바닥에 흩어져 굴러다녔다.


멧돼지 어금니가 만들어 준 칼빵, 맞아요.



수탉의 자존심은 발톱과 꽁지깃인데,

(깃털은 암놈이 배우자 고르는 선택 기준이고 발톱은 암탉 등을 붙잡는 힘)

이젠 갇혀있어서 꽁지털 온전한 어린 청계 수탉에게 몬양 빠지게 됐다.


닭장에 넣어줬더니 집 나갔던 애비가 취해 들어온 것처럼 행패를 부린다.


개에 물려 개가 됐다.


개망나니 닭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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