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닭계장

퇴사하 닭

자존심이냐? 닭계장

by 유재복

처음 갇혔을 때처럼 벽을 보고 서있다.

그 다음날도 그 자리에 그림처럼 서 있다.

주변 지나는 청계들이 스쳐도 돌아보지 않는다.

신경 쓰여 자주 올려다보는데,

물 한 모금도 먹지 않는 것 같다.


점심시간에 종관이와 병아리 장으로 쓰던 닭장을 올려다 놓고 사료통과 새 물 넣어주고 옮겨줬다.

너무 가볍고 털의 윤기도 빠졌다.




저 자세로 그냥 굳어 있다.

어디가 아픈 걸까?


설마......

마음?



그렇게 이틀쯤 지난 아침에 그 자리에 누운 모양으로 발견되었다.

아침 난로에 새처럼 한 줌도 안 되는 무게를 넣어줬다. 털 타는 노린내는 잠깐, 의문점은 오래 남았다.

수탉의 자존심.

자존심 꺾여 곡기를 끊고 죽음을 택한 닭?


살면서 만져 본 돈들은 거의 대부분 눈을 내리깔아야 보이고 잡을 수 있었다. 해서 자식들에게 자존심 꺾는 걸 교육이라고, 경험이라고 말하곤 했다.


누가 닭대가리라고 하냐?

수탉의 자존심만도 못한 것들이,


오후에 내심 미안해하던 이장님이 한마디 하신다.


"닭이 놀래서 죽었다는 말도 못 들어봤고,

쪽팔려서 죽었다는 게 사실이유?"


저렇게 안쪽에 끼인 소리라도 구조대가 출동한다.


그래도 닭계장이 여럿 살렸다.

병아리 차 들어오고 저 구석 어디선가 삐약거리는 소리를 종관이는 용케도 찾아낸다.


태어난 곳으로 바로 죽으러 가는 소리들 여럿 살렸다


소리들이 자라 닭이 됐다

토종닭, 산란계 지금 현재 10여 마리,

탈영한 부대도 다르고 계급도 달라서 가끔은

쪼고 쫓기며, 뱅뱅뱅

국방부 시계도 돌아가고

닭장도 잘 돌아간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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