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닭계장

죽었 닭

by 유재복

출근해서 닭장을 올려다보니 움직이지 않는 하얀 점이 있다.

제일 덩치 큰 육계가 죽었다.

어젯밤 날씨가 전보다 더 추웠던 것도 아니었고, 또 한 마리 남은 육계는 괜찮으니 추워서 죽은 건 아니다.

방송에서는 조류독감으로 폐사된 닭 뉴스가 나오고

(몇 만수라고 떠들어 대며 숫자만 부풀리지만, 우리 병아리 차 한 대에 5만에서 7 만수이니 어디 양계장 화재로 3 만수, 어쩌고 하면 별 것도 아닌 게 다 뉴스네 싶다. 물론 당한 농민 피해는 크겠지만......)

앞 논에 기러기가 까맣게 몰려다니니,

사인이 무엇인지 알아봐야 했다.


급히 유능한 국. 칼. 수요원 강형이 부검에 들어갔다.

(국산 부엌칼 수술 전문가 )


"여봐요, 이런 미련한 놈"

식도 끝에서 똥집까지 사료가 가득 차 있다.

하나도 소화 못 시키고 불어서 딱딱한 덩어리로 뚝뚝 떨어진다.

어제저녁 떨어진 사료통을 가득 채워주고 갔더니 욕심껏 먹어대다가 떨어진 온도에 조금도 소화 못 시키고 죽은 거다. 옆에 있던 상태 안 좋은 나머지 육계도 잡았다(어차피 얼어 죽을 거니)

우리가 먹는 양념통닭 크기의 3배쯤 되고 육질도 좋다.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좋다지만,

실컷 먹고 배 터져 죽은 닭은 때깔이 더 좋았다.




그때부터 우리 닭이 이상해졌다.


닭장 근처에서 닭계장 보기가 힘들다.

공장 부근에 사는 야생고양이보다도 눈에 잘 안 보인다. 어쩌다 저 앞을 지나가면,

"밥은 먹고 다니냐?"


묻는데, 어쭈 사장 말이 말 같지 않냐? 고개 휙 돌리고 제 가던 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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