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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계장
왜? 시치미 떼 개
오야 개. 이쁜이
by
유재복
Jul 8.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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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이장님이 말한다.
"아침에 닭장문 열어주는데 육계 1 마리하고 검은색 청계가 안보이더라고...... 아무리 둘러봐도 못 찾겠네."
"어제 닫을 땐 있었어요?"
"모르지. 저녁 먹고 나와서 어두울 때 그냥 닫아줬지"
밤새 고양이에게 쫓겨 시누대 숲이나 이장님 집 안으로 숨어든 것 아닐까 언덕을 오르내리며 찾아보았다.
없다. 뭐 할 수 없지. 내려오는데......
뭔가 뒤통수가 이상하다.
?
이장님네 멧돼지 사냥개 중 대장 개, 이쁜이.
부하들은 개장에 갇혀있지만 집 앞에 저렇게 매 있어서 애완견처럼 꼬리 흔들며 반기지는 않지만 그래도 얼굴 보며 아는 척은 했는데.......
오르내리며 오늘은 얼굴을 못 봤다
?
눈 안 마주치려고 딴 데를 보고 있다
?
그래서 다시 올라가 개집 앞에 쪼그려 앉아 물어봤다.
이쁜아 너 혹시 이렇게 생긴 애들 못 봤냐?
역시 고개를 못 든다.
그래서 바닥을 보니 범죄의 현장이다.
멧돼지 사냥개
(물어 빵과
왈왈이로 나눈다. 탐색견 왈왈이가 돼지를 발견하면 짖어서 동료를 부르고 다른 개들과 돼지를 구석으로 몰아놓고 기다린단다. 드디어 오야개 등장 달려들어 목덜미 물면 공격신호. 다른 개들도 물고 늘어지면 사냥꾼 도착.)
도사견+똥개+무식함+용맹함을 잘 섞은 잡종견.
멧돼지 엄니에 한번 받히면 한 10미터도 날아간단다.
진돗개나 풍산개의 용맹이 사냥엔 제격이지만 한번 치받히면 머리 좋은 개들은 다친 기억 때문에 다시 덤벼들어 물지를 못한다. 해서 아픈 기억 잊어버리는 무식함은 필수.
거기에다 조건이,
잡아놓고 먹으면 퇴출
꼬불치면 퇴출.
주인에게 이빨 까면 퇴출.
인근 농장의 소, 닭 물면 퇴출.
그중에서 특례법에 해당하는 가축을 잡아먹었으니,
그때 이쁜이 나이가
14 살인가
15살, 안 해 본 게 별로 없을 나이.
서열 낮은 꼬마 개일 때,
제가 잡았다고 사냥감에 발 올렸다가 오야개에게 물려 봤을 테고, 살점 뜯다가 이장에게 맞아도 보고 이빨 까다 맞아도 보고,
소, 닭 물었다가 디지게 얻어터졌을 테니......
그런데, 누가 저 개보고 무식하다고 해?
잘못한 거 다 알고 저리 시치미 떼고 고개 숙이고 있으니, 야단칠 수도 없고......
해서 이장님에겐 지나고 나서 얘기했다.(아셨겠지만)
그리고 그 해 겨울.......
저렇게 전투에 나가선 돌아오지 않았다.
아래는 이쁜이 사연입니다.
이야기 시이니 따라가시면 그림이
그려질 겁니다.
하루
1
개 짖는 소리가 심상찮다
등성이를 넘으며 이장은 뛰었다
일은 이미 저질러진 뒤
덩치 큰 숫 멧돼지는 개들을 흩뜨려 놓고 달아난 지 오래
끊어진 지피에스 목줄의 반대편에
이쁜이가 쓰러져 있다
목줄 끊어진 목 밑 상처가 깊다
천식아 네가 해 줘
이장은 총을 메고 다른 개들을 모으며
산길을 내려섰다
낙엽을 차는 발길이 자꾸 헛발질이다
총소리가 들리질 않는다
천식이가 글쎄…….
골짜기 덩굴 밑에 비닐을 깔고
개 뉘어놓고 소나무 가지 꺾어 집을 엮어주더라
먼 하늘 구름이 훅, 눈에 번진다
왜 안 쐈어?
어떻게 쏘냐?
그 애랑 뛰어다닌 세월이 얼만데,
걔도 뛰다가 흘린 날들은 좀 챙겨가야지
아, 길어야 하룻밤이잖아
괜찮아 너나 나나
딱 하루씩만 사는 거잖아
2
아침에 일어나니 눈이 무릎까지 쌓였다
이쁜이도 멧돼지도 이장도
눈 속 각자의 작은 집에 갇혔다
술이나 먹자
천식이가 아침부터 고기를 삶는다
어제까지의 일을 밤사이 다 덮고
오늘도 덮어버린 눈발은
내일도 모레도 마저 덮겠다고
소리 없이 뭉텅이로 내려 쌓인다
그 골짜기는 햇살이 못 가는 곳이니
이쁜이 덮은 눈 다 녹고 감았던 눈 뜨면
코 밑까지 산수유가 온통 환하겠다
눈 속에 묻힌 하루는 이미 눅눅해졌다
하루를 만나러 나서는 날보다
바짓단 붙잡는 하루를 떼어내려 애쓰며
버리는 날들이 점점 많아진다
(유재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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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시집 한밤의 진동(토담 미디어)출간. 2019 e북 작은 시집 자전적 동화(디지북스) 출간. 특장차 제조 업체 운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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