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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재복 Oct 14. 2023

하얀 꽃




그리운 것은 다
안개 너머에 있다
다가가면 안개는
들판의 색과 소리들은 내려놓고
뒷걸음치지만
뒤춤에 감춘 그리움은
끝내 보여주지 않는다

안개 속을 쏘다니면
머리속까지 안개가 차오른다
그렇게 하얀 밤이 온다

문득 걸음을 멈추게 하던,
오래 바라보게 하던,
풀과 나무들의
하얀 꽃들이

아! 그것이었나?
안개가 내려놓은
그리움의 흔적이었나?
가슴에 얹히던 무거운 향기가
그래서였나?



시월,

안개의 계절이다.

온도 차 때문에 출근길의 삽교천은 안개로 가려진다.

앞이 안 보이면 지나온 길이 더듬어진다.


안개강을 건너 들판을 산책하다가 돌아오는 길이면 희미해져 가는 안개 너머로 아침해가 드러난다.


하얀 꽃 흔들리는 논둑에 눅눅한 마음이 주저앉는다.

민들레도 고들빼기꽃도 하얀 날개를 달고 안개를 따라나선다.


그리움도 다 씨앗을 가지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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