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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정숙 Nov 26. 2024

닥나무 이야기

닥나무 채취(거두기)


닥나무는 한지 제작을 위해 주로 11월부터 다음 해 2월 사이에 1년생 가지를 베어 사용한다. 한지의 주재료인 닥나무는 한로(寒露)를 전후한 시기인 11월에서 2월 사이에 채취한 1년생 나무가 가장 적합한데, 이는 이 시기의 섬유가 부드럽고 종이를 뜨기에 최적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1년생 맹아지 닥은 곧게 자라며 매끈하여 껍질을 벗기거나 백닥을 만드는 작업이 수월하다. 반면, 2~3년 묵은 닥은 줄기가 두꺼워 껍질의 폭은 넓지만, 섬유가 거칠고 매듭이 많아 손질에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10년 이상 지난 닥은 섬유의 질이 약해져 한지 제작에 적합하지 않다. 


질 좋은 한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겨울철 농한기를 활용해 닥나무를 채취하는데, 이 시기에 닥껍질의 섬유질이 가장 잘 형성되어 있고 수분 함량이 적당해 껍질을 쉽게 벗길 수 있다. 또한, 리그닌 성분이 가장 이상적인 비율로 포함되어 있어 한지 제작에 최적화된 재료가 된다.




닥무지 삶기(줄기 삶기)


예로부터 종이 제작자들은 삶는 과정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으며, 좋은 날을 택해 작업을 시작했다. 이는 닥나무가 너무 많이 또는 덜 삶아지면 좋은 종이를 얻을 수 없기 때문이며, 한 번 잘못 삶아진 닥은 다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흑피와 청피를 제거한 백피는 맑은 물에서 하루 정도 불린 후, 잿물에 넣어 4~5시간 정도 삶는다. 깨끗이 다듬은 닥나무 껍질을 벗겨 건조시키면 흑피가 되고, 약 10시간 동안 흐르는 물에 담갔다가 다시 껍질을 벗기면 백피가 된다.     


채취한 닥나무는 한 달 이내에 삶아야 껍질이 잘 벗겨지는데, 나무의 수분 함량이 많아야 껍질이 쉽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닥무지'는 닥나무의 껍질을 잘 분리하기 위해 찌는 과정을 말한다. 가마에 물을 충분히 붓고, 닥나무를 단으로 묶어 가마에 쌓아 놓은 후, 장작불로 가열해 약 100℃에서 5시간 동안 찐다. 닥나무 30근을 찌면 흑피 3근과 백피 1근이 나오며, 백피 1근으로는 약 200장의 백지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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