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번째 실직자의 일기: 2026년 첫날

아빠 집

새해 많이 웃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시길 바라요!


아빠랑 해돋이를 함께 보기 위해 강원도에 내려갔다. 5년 전쯤 새로 지은 집에 아빠 혼자 살고 계시고, 이번에 그 집에서 처음 잠을 자게 되었다.


아빠의 주 생활권인 소파는 낡고 꺼져있었고, 냉장고, 찬장 등은 텅 비어있었다. 환갑의 남성이 혼자 사는 집이라 그렇다고 하지만, 그동안 내가 너무 무심했구나 싶었다. 가끔 영양제 같은 것들을 사서 보내면 할 일을 다 한 줄 알았다. 나중에 장을 봐서 조금씩 채워 넣어놨지만 부족했다.


개인플레이, 독립적인 가족들이기에 서로 살아있으면 됐다고 생각하며 지냈다. 그래서 아빠 집도 아빠 라이프스타일에 맞춰졌다고 생각하려는데, 깊게 파인 주름이, 마른기침이, 걸음걸이가 계속 걸린다. 이제는 내 도움이 필요하실 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일을 그만둔 것도, 약을 먹고 있는 것도 말씀드리지 못했다. 그냥 멀리서 자기 삶 잘 살고 있는 딸로 남아있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불효녀가 될 수 없었다.


예정 보다 하루 일찍 서울에 돌아왔다. 이틀 째가 되니 약을 먹어도 속이 답답하고 불안함이 올라왔다. 집을 벗어나서 그런 건지, 아빠와 시간을 보내며 부담감이 생긴 건지 잘 모르겠다. 둘 다 일 수도 있다.


답은 내가 빨리 이겨내는 것뿐이다. 단단하고 굳게 혼자서도 잘 해내왔던, 그런 딸이 되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