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너의 시간은 온다, 리더
사람은 믿어주는 만큼 자라고, 아껴주는 만큼 여물고, 인정하는 만큼 성장한다
염경엽 LG트윈스 감독이 그의 책 <결국 너의 시간은 온다>에서 한 말이다. 그가 리더십에 대해 고민하고, 선수들을 겪으면서 얻은 답이다.
내가 만난 리더들을 생각해 봤다.
경제지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는데 솔직히 약 5년의 기간 동안 상처를 많이 받았다. '원래'라는 마법의 단어로 말도 안 되는 것들이 용납되고 묵인되는 일들을 많이 겪었다. 20대 사회 초년생 여기자에겐 더욱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그런 상황 속 주요 인물은 나의 리더인 경우가 많았다. 그 외 인물도 많지만, 리더란 인간들이 그 모양이었다.
요즘도 문뜩 그런 사건들이 떠오른다. 발차기를 하거나 혼자 욕을 내뱉으며 넘어가지만 괴로운 건 여전하다. 그 상황을 겪은 것 자체가 괴롭다기 보단, 그런 일을 당하고도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던 그때의 내가 너무 밉다. 똑 부러지다는 말을 자주 듣지만 사실은 헛 똑똑이다. 그러면 안 된다. 나만 참으면 된다. 이렇게 생각하며 넘겼다. 이렇게 상처가 될 줄도 모르고.
정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기자생활을 그만두고 일반 기업으로 전직했다. 기자 생활에서 겪은 쓰레기 같은 리더는 없었지만, 인정, 신뢰, 아낌 같은 단어는 물음표가 뜬다. 그때 내가 부족했던 건 아닐까? 수없이 많이 생각해 봤지만. 진심으로 아니. 난 정말 열심히 했고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했다고 자부한다. 타 부서에서 나와 일해본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았지만, 내 리더, 우리 팀에선 그런 경험이 없다. 그래서 나는 늘 저런 리더는 되지 말아야지. 저런 어른이 되지 말아야지. 난 저러지 말아야겠다는, 리더가 하지 말아야 할 일만 배웠다. 어떤 리더로 성장할 지에 대한 고민보다 부정적인 인식으로 리더를 규정하고 있었을 거다.
물론 모든 리더가 그런 것은 아니다. 처음 기자가 됐을 때 내 팀장은 날 끝까지 포기하기 않고 끌어줬다. 칭찬도 아끼지 않았고 따스한 조언도 늘 해주었다. 나는 그런 배려에 부응하기 위해 팀원들과 따로 스터디를 하는 등 더욱 노력했다. 나중에 팀장은 성장 그래프로 보면 내 성장세가 가장 두드러진다고 말해줬다. (처음에 너무 개차반이었다는 말이기도 하다^^;) 어쨌든 그가 믿어주고 기다려주고 응원해 준 덕분에 나는 기자 생활을 몇 년 더 할 수 있었다. 마지막 부장이었던 여자 부장도 날 믿고, 응원해 준 두 명뿐인 리더다. 그녀는 내가 6밖에 못해도 9로 쓰일 수 있게 늘 도와줬다. 함께 팀을 꾸려가고 있다는 만족감이 들게끔 날 늘 이끌어줬다. 이들은 내가 아직도 연락하고 종종 만남을 갖는다. 이들에 대한 감사함을 늘 안부문자와 함께 되새긴다.
하지만 나에게 최고의 리더를 뽑으라면 잘 모르겠다. 내 지인들은 넌 참 상사복이 없다고 말한다. 내가 유별난 걸까 내 리더들이 문제인 걸까. 그만큼 좋은 리더가 되기 어려운 일이라는 말이기도 하겠지. 존경받는 리더가 된다는 것.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 참 어렵고 무던히 노력이 필요한 일인 것 같다.
이 또한 나에게 여유, 그러니까 자신 있는 능력이 있어야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날 잘 알고 나부터 잘 챙기는 사람이, 남을 믿고, 기다리고, 인정할 수 있는 거겠지.
<결국 너의 시간은 온다>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많이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