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친구
지난주 월요일 함께 강화도 여행에 다녀온 친구가 함께 아이스링크장에 가자고 제안했다.
스케이트를 한 번도 타본 적이 없어서 잠시 고민했지만, 바로 따라나섰다! 장갑만 있으면 갈 수 있었다. 가는 길에 탄 버스에서 살짝 공황이 올 뻔했지만 금방 내려서 괜찮았다. 덕분에 집에 돌아오는 길엔 눈을 맞으며 걸어왔다. 14,000보를 걸었다..
친구는 1년 정도 스케이트를 배웠다. 정말 하고 싶고, 궁금한 게 많은 친구인데 실행력도 좋아서 다 해버리는 멋진 친구다. 특히나 새벽 5시에 일어나서 버스를 타고 아이스링크장에 가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 1년이나 했다니, 진짜 뭘 해도 해낼 친구다. 덕분에 나도 즐거운 시간을 함께 얻게 되니 좋을 뿐이다!
아이스링크장에 도착해서 스케이트를 빌리고 링크장 안으로 들어갔다. 방학 기간이라 어린이들이 많았고, 전문 코치에게 훈련을 받는 학생들과 기다리는 부모님, 할머니, 할아버지가 많이 계셨다. 전 상사가 주말마다 아이스링크장에서 아이들을 기다린다고 했는데, 이런 모습이겠구나 했다.
어렸을 때 인라인스케이트를 잘 탔다. 그런데 재작년 친구들과 롤러를 탔을 땐 고장 난 로봇 같이 삐그덕 댔다. 그래서 스케이트는 더욱 못 탈 거라 생각했고 무서웠다. 링크 정빙이 끝나고 첫 발을 내디뎠다. 수욱 미끄러지는 것이 금방 뒤로 넘어갈 것만 같아 벽을 놓을 수가 없었다. 벽을 잡고 엉금엉금 기어갔다.
그런데 웬걸, 금방 스케이트가 발에 익숙해졌다. 앞으로 나아가는 것도 중심을 잡는 것도 가능할 것 같았다. 벽에서 손을 떼고 좀 움직여 봤는데 된다! 가끔 중심을 뒤로 빼면 휘청 했지만, 금방 다시 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물론 속도는 걷는 것과 비슷했지만.. 몇 바퀴 엉금엉금 돌다 보니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의 자세는 되었다! 속도는 말고! 친구가 잡아주기도 하고, 벽을 짚기도 했지만 어쨌든. 친구가 따라한 내 자세는 팔을 과하게 양옆으로 흔들어댔다..ㅎ_ㅎ
조금 속도가 붙으니, 빙판 위를 달리는 행위가 자유롭게 느껴졌다. 빠르지 않았지만 얼굴에 닿는 바람이 기분 좋게 차가웠고 부드럽게 앞으로 밀리는 느낌이 참 좋았다. 왜 스케이트를 타는지 알겠더라. 그리고 왜 연애프로그램에서 스케이트 타는 지도.. 스킨십이 많을 수밖에 없더군..
사람이 점점 많아지고, 체력 이슈가 있어 1시간 좀 넘게 타고 링크장을 나왔다. 마지막에 무릎 한번 콩, 엉덩이 한 번 쾅했는데 아프진 않았다. 또 한 번은 멈추지 못하고 어떤 여성분 뒤에 부딪혔는데, 그녀가 넘어지지 않게 내가 잡고 있었다... 본능 같은 거였다... 병 주고 약 주고(?)
아무튼 이렇게 또 새로운 경험을 했다. 새로운 것은 늘 짜릿하다. 하지만 스스로 새로운 일에 도전할 의지는 지금의 나에겐 없다. 늘 새로운 것, 재밌는 것을 보면 무작정 뛰어드는 나였는데 지금은 집 밖으로 나가는 것이 과제인 상황이다. 이런 날 꺼내준 친구에게 참 고맙다. 아마도 친구는 내가 집에만 있는 걸 알고 먼저 이것저것 하자고 제안해 주는 것 같다. 세심하고 티 안나는 배려를 베풀고 있다.
집으로 걸어오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할 수 있어서 또 좋았다. 어렸을 때 친구들 얘기도 하고 건강에 대한 이야기 등 시시콜콜한 대화를 내내 했다. 눈 맞으면서 집에 걸어가는 모습이 참 초등학생들 같다고 생각했다ㅎㅎ 즐거웠다!
월요일마다 나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물하는 월요친구가 있어서 너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