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번째 백수의 일기 : 2026년 구정 연휴 1

'친정'이란

부모님은 내가 7살 때 이혼 하셨다. 아빠가 나와 동생을 키웠고, 우리 남매는 주로 친척집을 전전하며 학교를 다녔다. 덕분에 나는 눈치가 아주 빠르다.


엄마랑은 핸드폰이 생긴 중학생 때부터 자주 연락했다. 성인이 된 뒤에는 엄마랑 여행도 다니고 더욱 가까워졌다. 그렇지만 엄마집이 내 집이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아무튼 이런 배경 탓에 명절이든 연휴든 나는 가족보다 친구들과 보내는 날이 많았다. 주로 여행을 갔다. 그래서 결혼한 뒤에도 명절에 가족을 꼭 만나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지난 추석은 첫 명절이니까~하며 챙길 생각이었지만 코로나에 걸려 집에만 있었다. 오히려 좋다고 생각하기도 했다..ㅎㅎ


이번 설도 별 생각이 없었는데, 달력을 보니 남편의 생일이 구정 당일이다. 엄마는 사위 첫 생일에 밥을 해먹이고 싶다고 하셨다. 여수로 오라는 뜻이다. 솔직히 귀찮아서 엄마가 올라오시는 건 어떠냐고 물었다. 안 먹혔다. 새벽 기차를 겨우 구해서 1박 2일로 여수에 왔다.


엄마는 "외할머니가 너네 아빠한테 해 준 것처럼 똑같이 해줄게"라고 말했다. 각종 나물부터 갈비찜, 꼬막, 게장, 미역국, 잡채 한상 가득 차려주셨다. 갑자기 기분이 좋았다. 남편에게 이런 대접을 받게 해준 엄마한테 감사했고, 남편이 기분이 좋아 보여 또 으쓱했다. 솔직히 말하면 내 기가 살았다.


이래서 다들 친정, 친정하나보다. 엄마, 아빠가 남편에게 해주는 만큼 시댁에 가서 대우받을 거라 생각하시는 것도 있을 거다. 그것도 맞겠지만, 더 중요한 건 내가 당당해진다는 거다. 이미 시댁에서 너무 예쁨 받고 있지만 서도, 당신 아들을 우리 엄마가 이렇게 대접해 주셨어요! 하며 우쭐(?) 해 볼 수도 있을 것 같고, 어머님이 날 더 귀하게 대접해 주실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엄마랑 남편이 시장에서 함께 장 보는 뒷모습, 카페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얘기하는 모습, 둘이 방바닥에 앉아 전을 부치는 모습이 다 예뻐 보였다. 매번 남편이 나와 시어머님 모습을 왜 찍나 했는데 이런 기분이었나 보다.


친정은 이런 맛에 오는 거구나. 기분 좋은 연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