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는 누구에게 의지해야 할까

창업 초기에 대표로서 고독감을 느끼는 순간들

by 주승현

“대표님은 누구한테 속마음을 털어놓으세요?”


가깝게 지내던 후배이자 지금은 글로벌 인플루언서 마케팅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는 동생이 질문을 던졌다.


순간 말문이 막혔다.


떠오르는 이름이 단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의 넥세라를 창업한 뒤, 하루하루는 전쟁이었다.


고객사 앞에서는 완벽한 파트너처럼 보였어야 했다.

후보자에게는 믿음을 줘야 했고,

팀원들 앞에서는 흔들림 없는 리더여야 했다.


그런데 정작 나는 누구에게도 솔직할 수 없었다.


내가 힘들다고 말하는 순간, 고객사는 불안해할 것이다.
내가 흔들린다고 말하는 순간, 팀원들은 떠날 수도 있다.


결국 대표는 회사에서 가장 외롭고, 동시에 가장 연약한 자리에 서게 되는 것 같다.


사업은 결국 결정의 연속이었다

넥세라를 시작하면서 나는 남들이 다 가는 성과 기반 수수료 모델 대신, 매달 고정 구독료를 받는 실험적인 구조를 선택했다.


업계에서는 되겠냐? 라는 말도 들었다. 그래도 나는 확신이 있었다.

하지만 확신은 책임과 함께 찾아왔다. 만약 실패하면, 그 모든 건 내 탓이 될 터였다.


CTO와 함께 AI 기반 ERP 시스템을 만들면서도 마찬가지였다. 방향을 정하는 건 결국 나였다. 데이터가 아무리 쌓여도, 팀원들이 아무리 아이디어를 줘도, 이걸 간다/안 간다는 결정을 내리는 건 나였다.

결국에 이 제품은 아쉽지만 현재에는 홀딩 상태이다. 아무래도 본질에 집중하기 위해서 과감히 선택했다.

그리고 그 결정의 무게는 언제나 내 어깨에만 남았다.


대표는 누구에게 의지할 수 있을까

솔직히 말해, 대표는 누구에게도 전적으로 의지할 수 없다. 의지하는 순간 리더십은 흔들린다.
그래서 나는 선택했다. 사람에게 기대지 않고, 결국 내가 세운 비전에 기대기로...


내가 힘들 때 다시 버티게 해주는 건 누군가의 위로나 조언이 아니었다.

후보자와 미팅을 끝내고 덕분에 제 커리어에 희망이 생겼어요라는 말을 들었을 때.
고객사가 넥세라 덕분에 좋은 인재를 만났다며 재계약을 결정했을 때.

그리고 내 팀원들이 대표님, 이 길이 맞는 것 같아요라며 눈을 반짝일 때.

그 순간들 속에서 나는 다시 서게 되었다.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대표는 결국 누군가에게 의지하는 사람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의지가 되는 사람이라는 것을

누군가의 커리어를, 누군가의 채용을, 그리고 누군가의 삶을 책임지는 자리
외롭지만, 그래서 더 단단해지는 자리

대표라는 자리는 바로 그런 곳이었다.


결국 질문은 다시 나에게 돌아온다.


“대표는 누구에게 의지해야 할까?”

아마 답은 이거다.

대표는, 결국 자기 자신에게 의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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