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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배 Nov 06. 2023

시인

글쓰기 도전


  언젠가부터 나는 마음속에서 뭉클거리며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런 감정을 그냥 놓치기 싫어 글로 쓰기 시작했다. 그것은 시도 아니고 수필도 아니고 그냥 넋두리처럼 이야기하듯 써 놓은 글들이었는데 버리기에는 아쉬움이 남아서 이 글을 어떤 형식으로든 남기고 싶은 욕심 생겼다. 인터넷을 검색하고 찾아본 것이 단국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시 창작 강의를 한다는 것을 확인하고 등록을 한 것이 내가 시를 쓰기 시작한 것이다. 그전부터 컴퓨터에는 내가 써놓은 글들이 있었고 강의를 들어가며 그 글들을 하나씩 꺼내어 교수님께 보여 드렸고 교수님의 피드백으로 수정하고 다듬어보기도 했다. 그런 글들이 내 컴퓨터에는 쌓여가고 있지만 아직도 자신 있게 내 작품이라고 세상에 내어놓기에는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2010년 단국대 시 창작반을 수료하고 논산으로 내려와 다시 배재대학교 여름 특강에 시 창작 강의를 신청하여 수강하였다. 배재대학교에서 공부하면서 다시 나의 부족함을 느끼게 되었다. 함께 수강하시는 분들은 교직에 계시다 퇴임하셨거나 전공을 국문학이나 문예창작을 공부하신 분들이 태반이었다. 그런 분들의 시를 보면서 정말 나는 자꾸만 작아지고 있었다. 대학이라고는 문턱에도 가보지 못했고 공부를 지지리도 하지 못해 고등학교 시험도 떨어져 진학을 포기했다가 겨우 야간 공고를 졸업한 내가 문학이라니, 아니 시를 쓰는 시인이 될 수 있다고? 어림 턱도 없는 생각인 것이었다. 벌써 시를 하나 쓰려고 해도 내 머릿속이 텅 비어 있구나 하는 것을 절감할 수 있었다. 도무지 시적 표현을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패배감을 가슴에 담고 특강은 끝이 났다. 나는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에 홀로 서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정말 나는 시를 쓰고 싶은데 어떻게 써야 할까, 누구에게 찾아가 더 배워야 할까, 방황의 길을 가다가 SNS를 뒤적이고 있었다. 시인들의 모임을 하는 곳이 많이 있었고 그중에 괜찮아 보이는 단체를 선택하여 가입하였다. 어떤 곳은 가입비를 받는 곳도 있고 어떤 곳은 등단비용을 내면 바로 등단을 시켜주겠다고 하는 곳도 있었다. 이곳저곳을 찾아 확인하고 고민해서 결정한 단체에서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많은 회원이 있었고 그곳의 회원분들은 전국에 분포되어 활발하게 활동하고 계신 분들이 많이 있었다. 가입한 지 얼마 안 되었는데 천안에서 모임을 하니 참석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어차피 천안이 집인데 참석하겠다고 했다. 토요일 회사 일을 마치고 천안으로 올라가 모임에 참석하고 인사를 나누었다. 첫 모임 참석, 첫인사, 모두 낯설고 어색했지만 그래도 분위기는 괜찮았다. 그곳에서 시 낭송을 하시는 분이 논산에 사시는 분이라고 소개를 받아 너무 반가웠다. 찾아가서 나도 논산에서 올라왔다고 인사를 하고 다음에 논산에서 볼 수 있기를 바라고 연락처를 주고받았다.     


  온라인 활동은 열심히 글을 올리는 것이었다. 잘 쓰는 시는 아니지만 열심히 쓴 시를 올리고 올린 시에 달리는 댓글을 읽어가며 배우기도 했다. 모임 대표이신 시인님께서 시론을 올려주시기도 하여 열심히 읽고 배웠다. 그렇게 온라인 활동을 하고 계간지 발행에 작품을 보내 달라고 하여 맘에 드는 시를 두 편 보내주었다. 그리고 계간이 출판되고 책이 나에게 도착했다.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신기하기도 했다. 내 시가 책에 담겨 있는 것이다. 책을 몇 권 더 사서 지인들에게 자랑도 할 겸 나누어 주었다. 책에 실린 내 시를 읽어가면서 나 스스로 너무 대견했다. 내가 시를 쓰고 내 시가 책에 실리다니 이건 꼭 꿈만 같았다. 상상도 못 할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리고 그해 또 하나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다섯 작품을 보내면 심사를 통해서 신인상 수상을 하겠다는 것이다. 내가 정식 시인으로 등단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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