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고양이을 만났다.
반려견 연두를 그렇게 하늘로 보내고, 얼마동안 현관문을 들어서면 어디선가 연두가 달려와 꼬리를 치며 반가워할 것만 같은 생각에 마음이 허전했다. 지금도 가끔은 집에 들어가면 연두의 기억이 있지만 조금씩 잊혀가고 있는 것 같다. 사람의 망각이란 시간이 흐르면 잊히게 되는가 보다. 사랑하는 어머니 아버지도 어느새 기억 저편에 있고 훌쩍 커버린 아이들을 보면서 나를 바라보시던 아버지 어머니가 그리워지곤 한다.
연두가 잊혀갈 때쯤 아주 예쁜 아기 고양이를 만났다. 집사람이 익산 처형 댁에 다녀오면서 아기 고양이 두 마리를 데리고 온 것이다. 두 마리중 한 녀석은 경계심 없이 금방 가까워졌는데 한 녀석은 도대체 만져볼 수가 없다. 처음에는 집사람에게 왜 데려왔냐고 나무랐는데 고양이들이 너무 예뻐서 키워보기로 했다. 우리 딸아이가 워낙 강아지를 좋아하는 친구라 고양이를 보더니 별 걸 다 사 온다. 고양이와 놀 수 있는 장난감, 그리고 고양이가 좋아하는 삼층으로 된 집, 그리고 고양이 화장실에 인공 모래를 깔아놓았다. 참으로 기특하게 고양이는 정말 똥, 오줌을 너무 잘 가린다. 항상 모래 화장실에 들어가 볼일을 보고 안 보이게 덮어버린다. 그런데 발바닥에 딸려 나오는 모래알들이 방바닥에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 늘 쓸어내야 한다.
고양이 암, 수 구분을 못했는데 동물 병원에서 한 쌍이라고 알려주시고 수컷은 숫기가 좋아서 사람하고 잘 가까워지는데 암컷은 경계심이 강해서 사람과 가까워지기 어렵다고 하셨단다. 그런데 예쁜 건 암컷이 더 예뻤다. 하지만 두 마리를 다 키우는 건 힘들 거 같아 암컷을 입양 보내기로 하였다. 병원에서 입양하실 분을 소개해주셔서 입양을 보내고 수컷 한 녀석만 기르고 있는데, 왠지 미안한 마음이 가득하다. 두 녀석이 늘 장난치고 붙어서 잠들고 했는데 너무 잔인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고양이를 만난 지 어느새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 주말에 집에 올라가면 옛날 연두가 그랬듯이 고양이가 나를 반겨주고 있다. 현관문을 열면 얼른 달려와 다리 사이에서 온몸을 문지르며 반긴다. 자기를 안아 줄 때까지 따라다닌다. 옷을 벗어 걸어놓고 고양이를 안아주면 너무 좋아한다. 조그만 얼굴로 내 손을 파고들며 만져달라고 한다. 그렇게 한참을 재롱을 피우다 이리저리 돌아다닌다.
아기 고양이었던 녀석이 벌써 많이 자랐다. 거의 다 자라서 이제는 안고 있으면 무겁다. 거기다 날카로운 발톱으로 순식간에 온몸에 상처를 내고 있다. 집에서는 그냥 편하게 팬티 러닝 차림으로 앉아있는데 무릎으로 올라와 애교를 부리다 결국 발톱으로 상처를 내고 달아난다. 누가 보면 오해하게 생겼다. 가슴에도 배에도 허벅지 종아리 할 것 없이 온통 할퀸 상처뿐. 그러나 미워할 수 없어 또다시 상처를 무릅쓰고 품에 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