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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S Mar 16. 2022

현 에너지 위기가 친환경 시대를 견인하기 어려운 이유

친환경 정책의 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당선 이후로 기후 변화에 대한 대응은 정치의 영역으로 확대되었다.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인한 에너지 수급 불안정으로 국제 원유가격이 배럴 당 100 달러를 넘어서며 최고 139 달러에 이르렀다. 2008년 이후 최고치로 올라간 수준이다. 이 영향으로 3월 15일부터 국내 휘발유 전국 평균 가격은 리터 당 2000원을 넘어섰고, 특히 수도권에서는 체감하는 가격은 2100에 육박한다. 미국에서도 3월 7일 휘발유 가격이 갤런 당 4.196 달러(리터 당 약 1330원)을 기록하여 2020년 11월 2.2달러를 기록한 시점부터 지금까지 두 배 가까이 상승하고있다(EIA). 


미국, 사우디 아라비아, 러시아, 캐나다, 중국 등 5개국은 세계 원유 생산의 54%를 차지하고 있다(Investopedia). 여기서 러시아의 전쟁 선택과 그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세계 곳곳의 일상에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세계 원유 생산량 1위를 차지하는 미국은 큰 변동이 없이 생산이 하루 1200만 배럴 미만으로 정체되어있다. 원유를 증산하여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는 다소 쉬워보이는 이 방법은 왜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가 의문을 가질 수 있다.

Photo by Zbynek Burival on Unsplash

첫째, 에너지 기업들이 생산 확대 대신, 자본 지출을 억제하고 잉여 현금 흐름을 창출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이는 과거 유가전쟁부터 상기할 필요가 있다. 셰일 혁명으로 미국은 단숨에 세계 최고의 산유국이 되었다. 이 지각변동은 사우디 아라비아 등 전통 산유국들과 미국과의 경쟁으로 나타나 원유 과잉공급으로 유가가 폭락하기도 했다. 주요 산유국들이 원유 생산을 줄이더라도 미국이 그만큼 셰일오일을 생산하고, 여기에 사우디 아라비아가 증산으로 대응하는 식이었다. 


코로나19 이후 최근까지 유가가 회복을 넘어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음에도 기업들이 원유 증산을 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과거에 있었던 경쟁에 대한 쓰라린 기억이다. 유가전쟁과 팬데믹이 결합한 부정적 요인으로 작년 말까지 북미 석유 및 가스 회사 100여 곳이 파산했다. 중견 기업들은 과거의 같은 양적 성장보다는 마진율 상승, 배당 확대, 부채 상환에 더 힘쓰는 모양새다 (아시아경제). 


둘째, 원유 관련 기업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공감대가 얕아지고 있는 문제이다. 친환경, 기후변화 대응 등이 새로운 성장 분야로 부상하면서 전통적 에너지 산업에 대한 시선은 성장가능성이 낮고 그만큼 해당 분야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축소되는 것이다.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고, 관련 산업에 대한 신규 투자도 옮겨감에 따라 에너지 기업이 신규 투자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생산을 늘리는 것은 리스크를 키우는 셈이 된다. 팬데믹 이후 주식 등 시장에서 서서히 다가오는 규제의 그림자를 고려할 때, 반등한 기업의 가치를 최대한 유지하려는 방어적 움직임이 주류가 된 것이다(Tice).


셋째, 원유 증산에 대한 기업들의 소극적인 자세의 이유이자 결과는 최근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반화석연료 정책 선언과도 연관이 있다. 백악관이 원유 시추가 가능한 국유지를 회수하고, 환경 및 멸종위기종 보호 등의 법령을 통해 사유지에서의 시추를 줄이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렇게만 보면 친환경 정책을 주도하는 미국을 위시하여 기후변화의 대응이 세계적으로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친환경, 지속가능성에 대한 미국의 정책주도가 세계적인 기후변화 환경의 개선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의문을 자아낸다. 자국에는 환경규제 등 기후변화 대응에 나서면서도, 세계 제일의 원유 생산국으로 다른 나라들에 막대한 화석연료를 나르고 있는 모순적인 행보를 보이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은 미국의 천연가스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국가이기도 하다.


현재 국제사회에서 환경규제는 화석연료를 수입하는 나라들만 탄소배출에 대한 계산과 책임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논의하고 있다. 산유국들은 애초에 탄소배출 등 환경에 대한 책임과 규제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기후변화 대응과 친환경의 패러다임은 산업, 경제구조는 물론 개인의 삶의 일상까지도 바꿔야 하는 노력을 요구한다. 개인의 습관에서부터 사회 전반의 인프라, 산업의 생산과 유통, 재활용의 모든 방식을 바꾸는 것이 가능하려면 기존의 방식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넘어가는 것에 대한 막대한 비용을 감당해야하는 것이다.


전기차 하나 만을 고려해도 개인과 사회 전체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엄청나다. 당장 같은 크기의 내연기관 자동차 대비 약 두 배 가까운 구매비용, 배터리 충전과 자동차 보관을 위한 주택, 직장, 학교 등의 건물구조, 충전소의 공급과 배치, 배터리의 수급과 재활용, 부품의 공급 체계, 수리 및 관리의 기술 인력 확보 등 산업은 물론 사회 전반의 구조적 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여기서 논할 문제는 아니기에 전기차 자체가 과연 친환경인가란 문제는 빼고 생각하더라도, 이 거대한 변화를 수반할 막대한 비용과 사회적 공감대 없이는 세계 곳곳에서 내연기관 자동차는 여전히 지속될 것이라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그리고 산유국들은 부지런히 원유를 시추하여 판매함에 따라, 지구의 대부분 지역에서 기존의 방식은 그대로 작동하고 있다.


미국이 원유 수출 중단을 고려할 일은 적어도 당분간은 없을 것이다. 원유 수출이 무역 흑자를 만들고, 러시아를 통제하는 상황에서 세계 제일의 생산국으로 원유의 생산과 유통의 주도권을 쥐고 에너지 자원을 중심으로 한 국제 안보와 정치에 막대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기후변화와 환경문제를 이유로 원유 수출을 규제하겠다는 말이 없는 것은 기후변화의 논의가 아직은 세계적 차원의 공동대응이 아닌 국내정치적 사안에 머물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정치와 경제를 뜨겁게 달구는 소재로 등장한 기후변화가 실제로 가까운 미래에 화석연료의 시대를 청산하고 친환경의 패러다임을 실현할 수 있을지는 눈여겨 보아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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