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를 타고 출퇴근하는 미래는 가능할까
2000년대 초반까지 서울의 밤을 화려하게 했던 많은 유람선들이 사라졌다. 한강이 서울이라는 관광지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데 있어서 배가 큰 역할을 하지 못한 건 확실하다. 어렴풋이 생각해도 부족했던 서비스 퀄리티가 지금도 기억날 정도니까.
학교나 직장에서 만났던 많은 사람들이 경기도에서 매일 서울로 다니는 시간과 고통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그 시간을 줄이기 위해 직장이 끝나고 서울에서 운동이든 지인과의 약속이든 활동을 다 하고 나서야 밤 늦게 집으로 돌아간다고 했던게 기억난다. 말그대로 '베드타운'이 되는 것이다.
지금의 수상버스 또는 수상택시가 나타나기 전까지 한강의 빈자리를 출퇴근을 할 수 있는 배들이 채우면 어떨까란 생각을 매우 오래했다. 캐나다 밴쿠버에서, 태국 방콕에서 직접 보았던 수상교통이 가진 이점이 너무나 분명해 보였기 때문이다. 고속철도, 지하철, 버스 등 전체를 생각하면 사실 서울이 가진 대중교통 인프라는 매우 좋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모든 도시가 각자의 문제를 안고 있듯, 한국의 수도권은 이 모든 인프라가 있음에도 여전히 교통난을 해소하지 못헸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육상에 치우쳐 있던 기존 대중교통을 수상까지 확장하여 서울시민의 출퇴근 편의를 증진하고, 한강을 중심으로 서울 곳곳의 매력적인 관광자원을 보다 유기적으로 연결'하기 위해 '한강버스'를 기획했다고 한다. 언론에서 보도된 선박 제작 및 운영에 대한 종합적인 논란은 뒤로한다 해도 한강버스가 과연 출퇴근시간 대중교통의 대안으로 만들었는지는 심각하게 의문이 든다.
첫째는 시간이다. 한강버스의 운영시간은 출발지 기준 오전 9시에 첫차가 출발하여 오후 7시 30분에 막차가 출발한다. 개인의 근무환경에 따라 야근 등 퇴근 시간은 고려하지 않고, 심지어 선착장까지 가는 시간도 빼놓고 생각해도 대체 서울로 오전에 출근하는 누가 9시에 출발하는 한강버스를 탈 수 있는지 궁금하다. 집과 직장이 모두 선착장 근처라고 가정해도 마곡에서 여의도까지, 잠실에서 압구정까지 한강버스를 탄다고 가정하면 최소 1시간 30분을 잡아야 한다. 대한민국을 떠나 전 세계에서 오전 10시 30분에 출근할 수 있는 직장인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출퇴근 시간' 편의를 제공하겠다고 굳이 강조한 서울시와 한강버스의 의도는 대체 무엇일까?
둘째는 노선이다. 현재 한강버스의 노선은 마곡 - 망원 - 여의도 - 압구정 - 옥수 - 뚝섬 - 잠실 구간이다. 서울과 한강의 동서 구간을 잡은 이 노선은 출퇴근보다는 관광코스에 더 가깝다. 마곡, 여의도, 압구정, 잠실 등은 직장이 있는 출근의 종착지이지 다수의 직장인의 출발지가 아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마곡에서 여의도나 잠실로 출근을 할까? 설령 그런 인구가 있다 하더라도 그 수도 의문이지만 과연 이 구간이 출퇴근 시간을 줄이는 데 기여할 교통로일까? 잠실에서 마곡까지 순수 운행시간만 2시간 7분이 걸리는 이 구간을 대체 누가 출근길로 이용할까?
셋째는 범위이다. 노선이 위치한 정차구간은 기존의 수상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했다. 즉, 옛날 유람선 코스와 비슷한 것이다. 마곡을 제외하면 여의도, 잠실, 망원, 뚝섬, 압구정 모두 유람선 선착장이거나 과거 나루터였다. 적어도 서울 내에서 한강으로 출퇴근용 대중교통로를 연다면 다수의 인구가 있는 곳으로 정차구간을 확대해야하지 않았을까? 예를 들면 강동 천호, 암사, 고덕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강 수위를 조절하고 상수원을 보호할 목적으로 잠실대교에 설치된 수중보로 인해 선박의 통행이 불가하다. 이런 환경문제에 주변 지자체와 협조를 해야하는 부분도 고민거리였을 것이다. 거꾸로 보면 애초에 출퇴근 시간의 개선효과가 있었을 거라 생각하고 수상버스를 만들었을까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지하철 5, 9호선에 직주근접을 실행할만한 산업, 주거단지를 확보한 마곡보다 외부로 직장을 가야하는 강동이 더 큰 교통문제를 안고 있다는 걸 고려한다면 더욱 그렇다.
배를 이용한 교통수단이 발전되지 않은 우리 나라의 특성상 강과 하천에는 접근성이 어려운 도로만 있어 상상하기 힘들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방콕같은 대도시에 심각한 교통체증을 해소하는 주요 교통수단이 선박이다. 짜오프라야강을 지나는 대형선박이 아닌, 도시 곳곳에 있는 작은하천과 운하를 연결하는 소형선박이 버스와같은 역할을 한다.
보여주기식 전시행정 소리를 듣는 건 서울시가 겪는 근본적인 교통문제를 '서울시'의 시각에서만 보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다른 주변 지자체와 협력하기 힘든 서울시의 딜레마일 수 있지만 사람이 정해놓은 인위적 경계를 넘어서는 하천마저 행정의 경계를 정해놓은듯한 느낌은 지울 수 없다.
현실적으로 출퇴근 교통을 해소하는 데 필요한 구간에 수상버스가 있다면 어떨까? 서울로 진입하는 대표 정체구간에 있는 간선도로에 하천이 함께 있는 곳들이 있다. 광명, 안양, 목동을 지나가는 서부간선도로에는 안양천이, 의정부, 도봉구, 노원구, 중랑구, 성동구를 지나가는 동부간선도로에는 중랑천이 있다. 수상버스가 한강이 아니라 수도권의 서부와 동부의 주요 교통로와 함께 하천으로 연결되는 모습을 생각해본다. 물론 선박이 지나가려면 관련 인프라가 완전히 새롭게 투입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상상하기 어렵겠지만, 수상버스가 적어도 '출퇴근 해소'가 목적이라면 이런 상상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겨울에 하천이 얼어버리면 답은 없을 것 같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