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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S Feb 07. 2022

공짜 점심 경제학의 종말

재난이란 이유로 쓴 막대한 지출은 미래 세대가 갚을 대출과 같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미국을 위시한 세계 각국이 재정, 통화의 확장 정책(양적완화)에 대해 뒤끝 없이 달렸다. 인도 중앙은행 전 총재이자 시카고 대학 교수인 라구람 라잔은 "이제 경제 상황이 바뀜에 따라 재정 및 통화 정책 입안자들이 빡세게(the hard way) 옛 교훈을 다시 배워야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번 올린 "소리없이 다가온 인플레이션의 강력한 숙취"에서 언급한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학교 교수에 이어 라잠 교수 역시 '참교육'의 시간이 왔다고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Randum Musings


때로는 더 큰 미래의 이익을 위해 현재의 고통을 감내하는 중요한 정치, 경제적 결단이 필요할 때가 있지만, 오늘날의 민주주의 국가에서 이것을 성취하기는 대단히 어려운 구조를 가지고 있다. 정치적 정당성이 국민의 지지, 즉 표에 달려있는 민주주의 국가의 선출된 지도자에게 그들의 재임 동안 자신들이 옳다고 생각되는, 그래서 어느 정도의 희생을 각오해야 하는 중대한 결단은 심각한 반대와 같은 정치 세력에 대한 막대한 결과를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권자들이 '지금' 원하는대로 해주는 것이 더 쉽다. 

이것이 필요할 때 어려운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민주주의적 메커니즘을 만든 이유이다. 정치적으로는 입법, 사법, 행정부의 독립이며, 경제적으로는 중앙은행과 적자 예산에 대한 제한이다. 당들은 당면한 정치적 우선순위와 상관없이 이러한 메커니즘을 수립하고 지지하는 합의에 이르렀지만, 많은 신흥국들이 위기에서 흔들리는 한 가지 이유가 바로 그러한 정치적 합의를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라 라잠 교수는 지적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선진국들도 미래를 위한 현재의 고통에 대해 덜 관대해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기 위해 통화정책을 대폭 강화할 것이라는 우려로 금융시장이 다시 한 번 큰 변동성을 보였다. 그러나 많은 투자자들은 자산 가격이 크게 떨어지기 시작하면 연준이 다시 관대해질 것이라고 여전히 희망하고 있다. 연준이 투자자들의 주장에 항복하여 그대로 따른다면, 미래에 금융 상황을 정상화하는 것이 그만큼 더 어려워질 것이다.

투자자들의 희망은 근거없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라잠 교수는 한 예시를 든다. 1996년 말, 앨런 그린스펀 당시 연준 의장은 금융시장의 "비합리적 과잉"에 대해 경고했다. 그러나 시장은 경고를 무시했다가 2000년 결국 주식이 폭락했을 때 연준은 금리를 인하하여 경기 침체를 완화시키려 노력했다. 그린스펀은 연준이 자산가격 거품으로 인한 "피할 수 없는 경제적 숙취"를 막을 수는 없지만 "발생 시 그 여파를 완화할 수 있고, 바라건대 다음 확장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말의 의미가 무엇인가? 연준은 투자자들이 자산에 집단적으로 도박할 때 그 수익을 제한하지 않지만, 그들의 베팅이 나빠지면 손해를 제한(혹은 보전)할 것이라고 확신시켜준 것이다. 이 때문에 긴축에 대한 합의를 이루기가 더 어려운 환경이 되었다는 것이다.

재정 정책은 또한 고통 없는 경제적 수단이란 생각을 유포하는 주범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팬데믹으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가계를 보호하기 위한 특정 지출 (예: 실업수당)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할 것이다. 그 지출을 위해, 미 의회는 모든 사람에게 제공하는 수조달러짜리 법안을 통과시켰다. 예를 들어, 급여보호프로그램(PPP)은 전반적으로 소기업에 8천억 달러의 보조금을 제공했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은 23~34%만이 직장을 잃었을 노동자들에게 직접 돌아갔을 뿐이다. 나머지 돈은 채권자, 사업주 및 주주에게 돌아갔다. PPP 혜택의 약 3/4이 소득 상위 1/5에게 돌아갔다는 의미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전례 없는 시대에 전례 없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관념에 의해 무제한 지출이 합리적인 것인 마냥 인정되었다는 것이다. 사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대응으로 보다 신중한 정책에 대한 기존의 합의는 이미 깨졌었다. 월가(금융)가 서민들보다 더 많은 도움을 받았다는 대중의 지속적인 분노는 대유행이 닥쳤을 때 양대 정당의 정치인들에게 아무렇게나 돈을 쓰도록 동기를 부여했다. 라잠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예산을 대량으로 확대하는 것에 대한 미래 부담에 대한 의견은 그 어디에서도 부각되지 않았다. 자금조달 지출을 통해 표면상으로 무료인 점심을 제공하기 위해 주류 경제학자들의 합창단은 지배적인 저금리가 선진국들에게 재정적자를 확대할 여지를 훨씬 더 많이 주었다고 주장해왔다. 자신의 정책을 정당화하려는 정치인들은 이러한 지출은 합리적이어야하고 이자율은 낮게 유지되어야 한다는 일부 경제학자들의 경고를 무시했다.

파티가 미쳐가기(crazy) 전에 통화 팽창을 제거하는 것이 연준의 임무였으며, 재정적자와 부채에 대해 신중을 기하는 것이 의회의 임무였다. 그러나 시장의 고통을 덜어주려는 연준의 열망은 더 많은 위험을 감수하게 했고 추가 개입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연준의 행동은 또한 의회가 대중을 위해 일해야한다는 압력을 가중시켰고, 이는 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을 연준이 철회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이어졌다. 

이 모든 것이 이전 합의로의 복귀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 연준이 금리를 크게 인상하면 과거 지출로 인한 부채 상환에 대한 정부의 비용이 (정치분열을 촉발해 온) 불평등을 줄이고 미래 미상사태에 대처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을 포함하여 미래의 지출을 제한시킬 것이다.

모든 사람이 무료 점심을 원하면 결국 감당할 수 없는 사람들이 영수증을 청구받아 지불하게 될 것이다. 신흥 시장 경제는 이것을 빡세게(the hard way) 배웠다. 선진국까지 다시 배워야 할 수도 있다."

한국경제

코로나19의 국가적 재난이라는 이름으로 주어진 막대한 지원금과 저리대출은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를 날이 올 것이라는 경고가 우리나라와도 전혀 무관치 않다. 앞으로 금리인상과 경기침체의 흐름 속에서 긴축상황이 되었을 때 또 다시 막대한 예산을 들여서 각종 지원금과 저리대출로 이 문제를 접근할 것인가? 불로소득으로 증식한 자산가치, 소고기를 사먹는 데 쓴 재난지원금의 막대한 지출은 절대 공짜가 아니다. 공짜점심으로 보이는 막대한 지출이 결국 미래 세대가 대신 갚아야 할 영수증이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이 글은 라구람 라잔 교수의 기고글에서 영감을 받아 쓴 글입니다. (원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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