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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S Feb 09. 2022

러시아와 중국의 어울리지 않는 관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보여주는 중국의 국제질서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만남이 성사되었다. 그리고 이들의 만남 후 2월 6일에 발표된 공동성명은 중-러 연합의 부활과 확장이라는 강력한 상징성이 있다. 공동성명의 공식 명칭은 "새로운 시대에 진입하는 국제관계와 세계 지속가능발전에 관한 러시아연방과 중화인민공화국의 공동성명"이다. (러시아 대통령 홈페이지 영문 참고 )


The New Yorker


대놓고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성명 처음부터 러-중의 미국에 대한 반감을 다음과 같이 드러낸다. "국제적 규모에서 소수를 대표하는 일부 행위자들은 계속해서 국제 문제를 해결하고 무력에 의존하는 일방적인 접근 방식을 옹호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반대에 맞서 타국의 내정에 간섭하여 자국의 정당한 권익을 침해하고 모순, 이견, 대립을 선동하여 인류의 발전과 발전을 저해한다."


공동성명에서 러시아와 중국은 자신들의 국가체제를 '민주주의'로 규정하고, 민주주의를 확립하는 데 만국공통의 템플릿(template) 같은 것은 없다고 강조하며, 특정 국가에 가장 적합한 형식과 방법을 선택해야 하고, 그것은 그 국가의 국민이 결정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어떤 국가(아마도 미국)의 민주적 기준을 다른 국가에 적용하려하고, 다른 국가의 민주주의 실현 여부를 평가하는 기준과 권리를 독점하며, 배타적인 동맹을 만드는 것은 민주주의의 정신과 가치를 거스르는 행위이자 세계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비난한다.


공동성명은 같은 이야기를 이어서 반복한다. 민주주의나 인권이라는 이름으로 자신들에게 압력을 가하는 것은 주권 국가에 대한 내정 간섭으로 분열과 대립을 조장하는 것이라며, 문화적 다양성과 국민들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권리(자결권)를 존중하라고 말한다.


이것에 대항해 중국과 러시아의 연대는 경제 분야에서부터 나타날 것이라 말하고 있다. 공동성명에서는 중국의 일대일로와 러시아의 유라시아경제연합을 연결시킬 계획이라 밝히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 중심의 경제협력 공동체를 통합하여 거대 시장으로 묶여지는 글로벌 협력 관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며, 분명히 미국 중심의 경제, 안보 공동체와 충돌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경제협력에서만 그치지 않고, 양국은 과학기술 발전, 물류 운송 체계, 북극항로 개발과 사용, 기후변화 등에 대한 협력도 강화할 것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말미에 "양측은 기후변화에 맞서 싸운다는 명목으로 국제 무역에 새로운 장벽을 설치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밝히고 있다. 미중무역전쟁과 러시아에 대한 제재라는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 생각한다.


러시아와 중국이 마주하고 있는 안보 문제에 대한 현실에서 양국은 상호 지지를 표명했다. 러시아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하면서, 어떤 형태의 대만 독립도 반대한다고 선언했다. 또한 러시아와 중국은 나토의 추가 확대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근 호주, 미국, 영국(AUKUS)의 안보 파트너십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하며, 미국의 미사일의 연구개발과 아시아-태평양, 유럽 등 동맹국들로의 이전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이에 러시아, 중국이 이 문제에 대해 함께 대응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새로운 러시아-중국 관계는 냉전시대의 정치, 군사동맹보다 우월하며, 양국의 우호에는 제한이 없고 협력에서 금지된 영역이 없음을 강조한다. 이 제한없는 협력은 미국과 일부 동맹을 겨냥한 러시아와 중국의 위기의식 및 연합의 필요성에서 나왔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냉전시기 소련과 중국의 공산 동맹은 오래가지 않았다. 양국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차이에서 충돌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이제 중국은 중화주의, 러시아는 유라시아주의라는 자국 중심의 세계질서와 문명 과념을 말하고 있는데, 언젠가는 이것이 반드시 충돌할 지점으로 보인다. 따라서 지금의 러시아와 중국의 연대가 "독재정권에 대한 안전한 세상을 추구하는 것"이라는 워싱턴 포스트의 기고가 바라보는 시각이 크게 잘못된 것 같지는 않다. (워싱턴 포스트 "러시아와 중국이 독재정치가 안전한 세계를 만드는 노력을 발표하다")


이번 러-중의 공동성명에는 민주주의, 인권, 평화 등에 대한 보편적 가치를 자세하게도 나열했다. 아름답고 보편적인 가치관으로 비쳐지는 이 미사여구는 그들의 현실과 너무나도 모순적이다. 공동성명에서 모든 국가는 고유한 배경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인권의 보편성은 특정 국가의 현실을 전제로 하여 상황에 맞게 보호되어야 한다는 모순적인 말을 하고 있다. 보편적인데 개별적인 상황에 따라 적용하라는 말은 대놓고 자기 맘대로 해석하는 것이다. 폭력은 항상 나쁜건데 장소에 따라서는 다를 수 있다고 말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미국의 행위가 세계평화와 협력을 위협하는 거라 했으면, 적어도 자신들은 그러지 않고 새로운 대안적 행위를 제시해야 하는 것 아닌가? 베이징 올림픽 개최국이 하는 일방주의는 미국이 없을 때 그 나라가 할 법한 행동을 제대로 보여주는 미래 예언적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다. 자국에서 개최하는 행사에서 조화와 협력, 공정 따위는 갖다 버리고, 논란에는 많은 인구 수와 힘으로 덮으려고 갖은 애를 쓰고 있다.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에서는 적어도 민주주의의 세계보편적 가치라는 마지막 보루가 양심으로 버티고 서있었고 자국의 국민들이 그러한 의사를 표명할 수 있는 사회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그럴 수 있을까? 그들이 말하는 국민의 의사는 누구의 의사인가?


홍콩의 다수 시민들의 의지를 철저히 짓밟고 100년을 이어온 민주적 전통을 파괴해버리고, 신장위구르와 티벳을 강제로 침묵시키며, 국경에 군대로 포위하며 압박하는 행동을 하고 있는 이들의 행동이 존중받아야할 국가 고유의 전통과 민주주의적 다양성이고 평화인가? 정말 이 둘은 민주주의라는 단어 자체가 무슨 뜻인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민주주의는 나는 옳고 너는 틀린 구별점이 아니다. 너와 내가 달라도 그걸 무시하거나 짓밟지 않고 그 자체로 인정하고, 이해하며, 공존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자기들이 그렇게 공동성명에서 말했다) 반칙으로 어거지를 부리는 올림픽 자체가 이 나라가 지향하는 국제관계를 거울처럼 보여주고 있는 게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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