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연말, 익숙한 풍경 속에서

다들 바쁘게 살아가는 시간 속에

by 지정


곳곳에서 연말의 기운이 느껴진다.

지하철 입구 앞, 구세군 냄비 옆에서 종을 흔드는 사람들의 모습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한다.


나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지갑 속에서 굴러다니던 동전들을

빨간 양철통에 무심히 ‘촤라락‘ 뿌려 넣는다.


“복 받으세요~!”


민망할 만큼 적은 금액에도 웃으며 복을 빌어주는 그 말이,

괜히 따뜻하게 다가온다.


‘겨울의 지하철은 여름보다 냄새가 덜하겠지?’


그건 착각이었다.

오래된 점퍼의 퀴퀴한 냄새,

집에서 따라온 음식 냄새,

그리고 추운 날씨 탓에 며칠쯤 씻기를 미루다 생긴 듯한 묘한 머릿내까지…

순식간에 코끝을 스친다.


잠시 미간이 찌푸려지지만,

‘그래, 삶이 바쁘면 그럴 수도 있지.‘

그렇게 생각하며 코끝에 맴도는 냄새를 흘려보낸다.


목적지에 도착해 익숙한 길을 따라 서점으로 향한다.

애매한 평일 오후인데도 사람은 제법 많다.

‘이 사람들은 다 어디서 오고, 또 어디로 가는 걸까.’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어느새 서점 앞이다.


자동문이 열리며 반겨오는 책 냄새가 참 좋다.

오늘은 어떤 책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찬찬히 서가를 둘러보며, 예고 없이 찾아올 인연을 맞을 준비를 한다.


‘그래, 오늘은 너다.‘

손끝이 멈춘 자리에서 한 권의 책을 집어 들고 계산대로 향한다.

책을 서둘러 가방에 넣으며 발걸음을 옮긴다.


이 책은 나에게 어떤 세상을 보여줄까.

기대감을 품은 채, 나는 다시 집으로 향한다.


지하철 창밖으로 지는 저녁노을을 바라보며,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떠올린다.

그 시간들을 잘 버텨낸 나 자신에게

조용히 마음의 박수를 보낸다.


이제는 다가올 새해를,

조심스레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맞이할 준비를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