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고 가는 대화 속에 묻어 있는 삶의 외로움
따스한 햇살에 마음마저 여유로운 일요일.
친구와 전시회를 관람하고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근처 식당에 들어갔다.
“뭐 먹을까?”
행복한 고민 끝에 주문을 마치자, 지글지글 매콤한 전골 냄새가 금세 식탁 위로 번졌다.
끓어오르는 냄새만으로도 허기가 짙어졌다.
한 숟가락 뜨려는데, 맞은편에서 들려오는 왁자지껄한 목소리에 귀가 쫑긋 세워졌다.
단체로 식사 중인 할머니들이었다.
같은 미용실을 다니시는 건지,
일곱 분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 귀여운 브로콜리 파마머리를 하고 계셨다.
“야, 나 이번에 독거노인이라고 쌀 받았다.”
“네가 독거노인이었어? 아들이랑 같이 사는 줄 알았는데.”
“아니다, 나 독거노인이다. 그래서 쌀도 주더라!”
식당 안을 가득 채운 대화는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어딘가 마음 한구석을 건드렸다.
할머니들의 대화 속 농담 섞인 삶의 외로움이 나에게도 전해진 탓일까.
홀린 듯 대화를 듣고 있다가 친구에게 넌지시 물었다.
“우리도 나중에 브로콜리 파마머리 하고, 저렇게 모여서 밥 먹으며 수다 떨게 될까?”
친구는 대답 대신 미소를 지었다.
나도 덩달아 웃었지만,
이상하게 집에 있는 엄마 얼굴이 할머니들 얼굴 위로 자꾸 겹쳐 보여 마음 한구석이 아려왔다.
식사를 마칠 즈음,
‘브로콜리 7 총사’ 할머니들은 너도나도 사이다로 시원하게 입가심을 하셨다.
총무로 보이는 분이 계산을 마치자 할머니들은 식당 사장님의 추천을 받아 근처 카페로 자리를 옮기셨다.
소풍 나온 아이들처럼 재잘거리며 신나게 식당을 나가시는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나에겐 아직 여전히 낯설고 두렵다.
하지만 언젠가 나도 저렇게 왁자지껄 웃으며 밥을 나눌 친구들이 곁에 있다면,
그 또한 제법 괜찮은 인생일지도 모르겠다고.
여느 때와 다름없는 식사 시간이었지만,
오늘만큼은 마음의 여운이 길다.
두렵게만 느껴졌던 나의 노년이 브로콜리 여사님들 덕분에 조금은 궁금해졌다.
언젠가 나도 저들처럼 소녀 같은 브로콜리가 되어 있기를 바라며,
돌아가는 길에 괜스레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