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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멕켄지 Jan 06. 2023

'더글로리'가 인기 있는 이유

비현실적 판타지가 주는 역설

최근 화제작 '더글로리'

최근 '더글로리' 기사들과 이야기들이 무성하다.  공중파 드라마를 제시간에 맞춰서 봐야 하는 시대는 끝이 나고 이제는 사람들의 기호에 따라 능동적, 적극적인 미디어 콘텐츠 선택 시대가 되었다. 그래서 OTT 직접 클릭해서 들어가 시간을 할애해서 보고 거기에서의 호응은 충분히 대중성을 반영하는 것 같다.


'더글로리'는 간략히 요약하자면 송혜교 주연의 드라마로 유년시절 학교폭력(이하 학폭) 피해자가 치밀하게 오랜 기간 철저하게 준비해서 가해자들에게 찾아가 복수하는 내용이다. 그 피해자 송혜교가 성인이 되어 가해자 딸의 담임이 된다.


그렇다. 한마디로 복수극이다. 청불 등급을 받을 만큼 극 초반에 학폭 가해 장면은 고개를 돌리게 할 만큼 잔인하고 사람들의 분노를 야기하기에 충분했다.



'더글로리'가 가지는 비현실적 판타지

그만큼의 분노를 키운 대가로 시청자들은 주인공의 복수 과정에 빠져들어 응원하고 결말의 통쾌함을 기대하게 된다. 왜 사람들은 나를 비롯해서 이렇게 몰입하여 이 드라마에 빠져드는 것일까?


사실 학폭이라는 모티브 소재 외엔 대부분의 인물들이 전부 하나같이 비현실적인 판타지 같은 사람들이다. 일단 주인공부터가 그렇다. 공장일 하며 검정고시 보고 교대 입학하여 임용고시까지 합격한 신화 같은 스토리를 지닌 송혜교 문동은.


몇 년 동안 문자 답장도 하지 않는 여자 동은에게 끊임없이 구애하는 의사 주여정. 그는 심지어 인물뿐 아니라 지성, 재력 모든 걸 갖췄다. 김은숙 작가 드라마에 흔히 등장하는 상처 안은 여자를 자존심 상하지 않게 백마에 자연스럽게 태워주는 백마 탄 왕자님.


선(善)이라고는 1도 모를 것 같이 태어난 악(惡) 그 자체로 묘사되는 주인공 동은을 괴롭히는 학폭 가해자 박연진. 그녀는 성인이 되어서는 현모양처인양 인격 세탁하며 뻔뻔하게 살아간다.


그 밖에 송혜교 동은의 학폭 사실을 알고도 가해자편만 들면서 2차 가해 시전하며 교무실에서 뺨을 수없이 휘갈기는 담임교사. (얼차려만 시켜도 대서특필되는 이 시대에 이 배경은 영화 장동건 주연의 '친구' 시대인가? 의심을 하게 됨)


딸의 잔인한 학폭 사실을 알고도 가해자와 돈으로 합의하려고 하는 친엄마가 맞나 의심하게 만드는 주인공 엄마.


캐릭터의 색깔은 확실하지만 인물의 입체성은 전혀 없는 선과 악으로만 단편적으로 묘사되고 판타지 같은 비현실성을 안고 있는 인물들.



그럼에도 '더글로리'가 인기 있는 이유

하지만 아이러니하게 이런 비현실적인 판타지성 때문에 인기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주인공의 빈틈없는 억울함, 빈곤, 슬픔들이 드라마를 보는 우리 각자의 인생들에 들어와 스며들기 때문이다.


때론 그 억울함과 슬픔을 보란 듯이 복수하고 싶지만

우리 각자의 삶 속에는 송혜교 같은 미모,

코피 터지면서 일하고 공부하여 임용고시 합격하는 신화 같은 의지,

나만 졸졸 따라다니며 구애하는 잘생기고 돈 많으며 지성까지 갖춘 구원자가 없기 때문에 '더글로리'를 보며 대리만족 하는 것 같다.


이 진부한 클리쉐가 가득한 드라마가 이 시대에도 아직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것은 여전히 우리 삶은 팍팍하고 때론 억울하게 나보다 힘이 강한 누군가에게 압도당하는 경험의 교집합을 가지고 있기 때문 아닐까? 그리고 주인공 동은 저변에 깔린 슬픔이 내 삶의 슬픔과 오버랩되어 그런 것은 아닐까?


그래서 때로는 드라마 속의 이런 비현실성이 사람들 감정의 현실성과 아슬아슬하게 마주하면서 인기를 얻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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