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다른 골목의 궁지에 몰린 사람은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모든 것을 조심하고 본인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려고 노력한다. 인간에게 가장 큰 공포이자 삶의 가장 큰 부조리는 죽음이다. 그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암은 인간을 가장 보잘것없고 가장 연약하고 가장 외롭게 만든다.
넘쳐나는 암치료 정보들
환자와 가족들은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온갖 정보들을 모은다. 유튜브와 인터넷에는 그 아픈 마음을 희망고문 하듯 셀 수 없이 많은 정보들이 넘쳐난다. 암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음식, 암환자를 살리는 음식, 암환자가 먹지 말아야 할 음식, 암환자가 가져야 할 자세 등 수많은 제목들이 삶의 코너에 몰린 당사자와 가족들의 눈길을 끈다. 그러던 와중에 암을 치료하려면 타인에게 봉사하고 헌신해야 한다는 이계호 교수의 말은 대체 이게 뭐야 하는 기괴한 생각이 듦과 동시에 이게 뭐지 하는 나의 궁금증을 잔뜩 불어넣었다.
그 근거는 하버드 대학의 연구결과인데 결국 암환자는 암세포와의 싸움이고 면역력과 연결되는 건강문제인데 그 면역력이라는 것이 관계의 향상에서 나오는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에서 분비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타인에게 헌신하고 봉사하라고 권면했다. 그렇게 삶을 유지하는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그 호르몬의 긍정적 영향을 받게 된다는 맥락이다. 암세포가 많이 있어도 면역력이 회복되면 암세포가 더 이상 자라지 못하게 억제하기 때문에.
암세포를 이기려면 타인에게 봉사하라(?)
‘환자 본인에게만 오롯이 집중해서 케어해도 모자를 판국에 타인에게 봉사하라고?‘ 이 기괴한 명제는 설명을 듣고 나서도 한참을 갸우뚱거리게 했다. 하지만 그 의심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 연구 결과가 아니라도 우리가 암환자들에게 으레 자주 하는 말이 이 이야기와 무관되지 않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환자에게 삶에 대한 희망과 의지를 북돋울 때 본인이 암환자라는 어두운 터널의 생각에 매몰되지 말라는 조언을 필수적으로 한다. 힘들긴 하지만 그 신분에서 벗어나 긍정적 마인드를 가지라고 한다. 쉽지 않은 조언이지만 암을 극복한 사람들의 한결같은 간증 아닌 간증이기에 연약한 인간은 그 마인드 컨트롤을 빌려서라도 암을 이기고 싶어 한다.
그런데 그 맥락에서 본다면 이 연구결과가 아주 얼토당토 한 얘기는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로부터 벗어나 타인에 대한 헌신과 배려, 사랑으로 나의 마음과 시선이 옮겨갈 때 자신의 어두운 상황은 점점 소멸되고 관계에서 맺어지는 따뜻한 사랑의 열매가 결국 자신의 삶에 아름답게 다시 피드백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