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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멕켄지 Oct 14. 2024

샬롬(; 히브리어로 평안이란 뜻이다)

서울에서 방사선 치료 시작하신 췌장암 투명 중인 아버지

지난 주말 서울에 다녀왔다. 아버지, 어머니께서 서울에 잠시 올라가서 거주 중이시다. 지방에서 살다가 서울 올라가 작은 오피스텔에서 두 분이 살고 계신다. 잠시 두 달여 남짓 살게 된 곳이지만 낯선 곳에서 두 분이 잘 견디실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생각보다 주변 환경에 익숙해져 가는 과정 속에서 큰 탈은 없어 보였다.      


그렇게 덥던 올여름 날씨가 드디어 자기 자리를 비켜내고 가을이 얼굴을 내민 자리에 선선한 바람이 이곳까지도 가득 메웠다. 산책하기 딱 좋은 날씨다. 아빠는 엄마와 매일 오피스텔 바로 앞에 있는 공원에서 산책을 하신다. 집이 답답한 것도 있지만 운동을 적당히 해 주셔야 좋기 때문이다.      


엄마는 걱정한 것보다 서울에서 길 헤매지 않으시면서 시장도 가시고 교회도 가신다. 입 짧으신 아빠 입맛에 맞추려면 반찬이 여간 신경 쓰이시는 게 아닐 것이다. 잠시 거주하는 곳이지만 사람이 두 달 남짓 살려면 자잘한 것들이 다 필요하고 자잘한 것들이 없으면 아쉬울 텐데 엄마에게 그런 내색은 보이지 않으신다. 주방도구며 식재료며 여간 답답한 게 아닐 텐데 엄마는 이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만족해하신다.      


아이들이랑 금요일 밤에 가서 늦은 시각에 서울 도착해서 엄마 아빠께서 평소 주무시는 시간보다 늦게 잠자리에 들었는데 담날 새벽 부스럭부스럭 엄마가 밖을 나가시는 소리가 들린다. 새벽 기도 하러 나가시는 소리다. 교회가 바뀌었는데 엄마 마음속 교회는 여전히 같은 모양인 것 같다. 전혀 이질 감 없이 엄마는 이곳에서도 여전히 새벽기도를 나가신다. 기도할 것이 분명 많으시다.      


가을바람, 가을 구름 보고 아빠 엄마 얼굴 뵙고,

낮에는 이 땅에 자신의 생명과 믿음을 맞바꾼 순교자 기념관 가서 아빠 엄마 얼굴 뵙고

밤에는 남편의 배려로 부모님 모시고 북악팔각정 가서 야경 보고 아빠 엄마 얼굴 뵙고

서울 마지막 날에는 뜨겁고 기쁜 노래 찬양 부르며 아빠 엄마 얼굴 뵙고      


그렇게 아빠 엄마랑 주일까지 예배드리고 우리는 부산으로 다시 내려왔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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