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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멕켄지 Sep 05. 2024

다섯 살 딸아이, 백반증 치료를 시작하다.



백반증을 보이는 딸아이


아직 네 돌도 되지 않은 우리 딸이 백반증 치료를 위해 유치원 근처 피부과를 찾았다. 두 돌즈음 배 부분에 희미한 하얀 반점이 보여 처음 알게 되었는데 소아과 의사에게서 들은 말이 시간 지나서 없어지는 경우도 있고 어차피 지금 아이가 어려서 치료할 수 있는 건 없다고 해서 시간에 그냥 묻어두고 있었다. 그렇게 맘 편하게 기다렸던 가장 큰 이유는 이건 질병이 아니라 그냥 외관상의 피부 미용 문제라고 해서 더 그랬던 것 같다.      


그런데 아이가 다섯 살이 되어 유치원에 가고 말을 하기 시작하니 자신의 몸 군데군데 점점 더 진해지고 있는 하얀 부분들을 물어보았다. 그리고 엄마로서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던 것은 여자 아이의 머리 양쪽에 흰머리가 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두피도 하얗게 되니 그 부분에서 흰머리들이 제법 자랐다.      



치료의 시작 배경


어릴 때는 어차피 질병도 아니고 눈에 보이지 않는 배나 겨드랑이 쪽이니 캐주얼하게 넘겼던 것들이 내 눈이 아닌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보이는 부분에 생겨나니 치료에 대한 열망이 생겼다. 여전히 나는 타인들의 시선들을 신경 쓰며 살아가고 있구나의 한계를 느끼기도 했지만 그제서야 본격적으로 이 병(?)에 대해 찾아보니 일찍 초반에 시작해야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정보도 나를 움직이게 하는데 한몫했다.      


여러 병원을 가보니 엑시머 치료가 공통적인 치료였고 일주일에 두 번 정도 꾸준히 치료받아야 한다고 했다. 회복 시점의 끝은 언제인지, 회복에 대한 효과가 어떨지에 대한 것도 명확하게 의사가 말해줄 수 없는 피부과 질환이었다. 암실 같은 공간에서 우드등을 비추면서 백반증 있는 신체 부위를 명확하게 파악하고 그 부분에 빛을 쏘며 치료하는 방식인데 다행히 통증 같은 것이 전혀 없어 우리 딸이 감당하기에도 충분했다.      



내 몸의 주인, 내 몸은 누가 만들었는가?


어차피 인간의 몸은 처음부터 내가 만든 것이 아니므로 내 것이 아니지만 무언가 이상 증후나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하면 그 사실을 상기하며 겸손해지기 시작한다. 왜 이게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회복은 어떻게 해야 할지를 말이다. 우리가 어떤 가전제품을 샀을 때 고장이 나면 그 만든 회사에 전화해서 그 수리의 조언을 듣듯이 인간의 몸을 만든 이에게 물어볼 시간이다. 그리고 그 회복의 결과도 내가 장담할 수 없다. 평상시 그렇게 잘난 척하며 살던 인간이 가장 무기력하고 힘없음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내 몸의 주인이 내가 아니라는 생각이 무겁게 쏟아지는 시간을 마주하게 된다.      


암투병하고 계신 아버지도 그렇고 질병 아닌 가벼운(?) 질환으로 피부과 치료를 시작한 우리 딸도 그렇고 말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음을 깨닫게 된다. 고작 해봐야 인간이 발전시켜 놓은 의술일진대 그 의술은 또 누구의 머리에서 왔으며 또 그 뇌와 지능을 만든 분은 누구인가? 의사와 의술로부터 도움은 받을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최종 답이 될 수 없는 지점이다.       


그래서 나는 우리 딸아이를 만드신, 우리 아버지를 만드신, 창조하신 그분께 겸손하게 엎드리어 묻고 들으며 간구한다. 당신이 만드신 형상을 회복하게 하시고 그 목적을 알게 해 달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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