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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멕켄지 Jun 20. 2024

워라밸은 정말 가능할까?

내 삶에서 가장 많은 시간(일)을 삶으로 끌어안기     

워라밸(work-life balance)에 대한 반기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워라밸(work-life balance)이 신조어처럼 되어가는 세상에서, 그리고 그 가치관이 나의 욕망을 채우기에 충분한 개념이고 아주 달콤하게 들리는 세상에서 여기에 반기를 드는 한 영화 평론가(이동진)의 말을 들었다. 그는 이 말을 무척 싫어한다고 했다. 요(要)는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 대부분은 일하는 시간인데 그것을 제외한 시간에서 삶의 만족을 찾겠다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는 논조였다.  

    


나의 일(work)은 육아

그리고 나의 (life) 혼자만의 시간


어제까지 연년생 두 아이들이 수족구 때문에 유치원에 가지 못해 며칠 동안 옴짝달싹 못하고 집에서 가정보육을 하며 헉헉 던 나에게 가슴을 쿵 치는 말이었다. 아직 아이들도 어리고 연년생 케어로 전업주부로 있는 나에게 주된 일은 아이들을 양육하는 일이다. 그런데 나는 지난 일주일 내내 아이들이 빨리 나아서 유치원 간 후 내 시간 갖기만을 기다렸다. 그 시간이 나에겐 워라밸(work-life  balance)의 라(life)였다 아이들이 회복해 가는 시간들도 무척 감사했지만 그 나의 기대도 못지않게 컸음도 부인할 수 없는 솔직한 고백이다.     



너라밸(Nursing-life balance, 육아와 삶의 균형)의 망상을 꾸고 있는 나


나는 왜 나의 사랑하는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 속에서 워라밸을 꿈꾸고 있는 것일까? 나는 왜 아이들 돌보는 시간과 나의 삶을 구분 짓기만 했지 겹치며 공유해서 살아가고 있지 못하는 것일까? 아이들이 없는 시간이 나의 쉼이 되고 나의 삶이라고 당연하다고 생각한 이 생각이 당연하지 않게 되면서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은퇴라는 단어가 없는 히브리어


유대인의 생각에서 그 힌트를 얻는다. 히브리어에는 은퇴라는 단어가 없다. 따라서 유대인은 죽을 때까지 일한다. 그들에게 일은 삶과 구분된 영역이 아니다. 일이 곧 삶이고 삶이 곧 일이다.     



내가 하고 있는 일과의 운명적인 만남


‘일 끝나고 빨리 내 삶의 안식을 찾으러 갈 거야’라는 워라밸, ‘은퇴하면 이 지긋한 일에서 해방되어 자유롭게 살 거야’라는 계획은 내 삶의 대부분은 감당하기 힘들고, 지긋지긋하며 고통스럽지만 경제적 이유로 억지로 하고 있는 시간들로 전락해 버리는 비극에 빠지게 된다. 물론 이 비극에서 벗어나는 것 또한 쉽지 않다.


왜냐하면 그 속에서는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자유가 없기 때문이다. 일의 현장에는 늘 상하 권력관계가 존재하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늘 종해야 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그 답답한 복종의 관계보다 수평적인 나의 동료의 수가 더 많다는 것, 그 말은 나의 마음을 나눌 자가 더 많다는 것, 때로는 벅차고 치사하고 당장 그만두고 싶은 시간 속에 갇혀있지만 내가 공들이고 있는 이 시간이 무언가의 의미로 쓰이고 있다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과 존재감의 격상, 세상의 수없이 많은 직업의 종류와 사람들 속에서 하필 이 현장에서 이 일을 하고 있다는 운명 같은 섭리 안에 있다것이다. 그것은 어쩔 수없이 먹고살기 위해 택했다고 말하는 개인들의 짠내 나는 이유를 넘어서는 전제이다.



나에게 일이란, 나에게 육아란,


그래서 나는 나에게 일이란, 그리고 육아란 무엇인지에 대한 의미를 먼저 찾기로 했다. 유대인들처럼 은퇴 없는 삶을 살고 싶은 소망 때문이다. 그것이 나를 속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유를 줄 수 있음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쉽지 않은 여정임은 안다. 당장 곧 아이들 하원시간 탓에 연신 시계를 보고 있는 내 모습에 그 한계를 본다. 하지만 완벽히는 아니라 하더라도 삶(life)을 육아(nursing) 속에 조금씩 융화시키는 시도와 노력들은 반드시 내 삶의 만족과 질을 높일 거라는 기대와 확신 역시 있기에 포기할 수 없다.  그 비중을 하루에 1%씩 늘여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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