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뽕내뽕 - 맛 칼럼(16)
저번에 훠궈 먹었던 과 동기들과 학교 근처 니뽕내뽕에서 배부르고 맛있게 점심을 먹었다. 마라크뽕, 차뽕, 콘치즈 피자, 로제불고기 리조또. 맛이 없을 수 없는 탄수화물과 맵짠의 맛! 마라크뽕에는 또띠아 조각과 피쉬볼, 분모자, 소시지, 메추리알이 들었고 마라 기름과 크림이 잘 어울렸다.
대표 메뉴 차뽕은 불맛과 함께 매운 맛이 어우러졌다. 짬뽕 국물에 젖은 양파 맛을 좋아한다. 콘치즈 피자는 얇은 도우에 올라간 치즈와 옥수수들이 잘 어울렸다. 리조또는… 전남친이 맛있다고 했던 메뉴인데 슬쩍 시켜봤다. 고기와 밥, 치즈, 크림, 살짝 올린 날치알까지 맛있었다.
식당에서는 이별 노래 drowning이 흘러나왔다. 동기 j언니는 내 전남친이 나에게 “갑자기 너가 안 좋아져서 헤어지는 건 아니니깐 자존감 떨어지지는 말고”라고 발언한 건에 관해 ‘자아가 너무 비대한 사람이다, 지가 뭔데.‘ 라고 했다. 언니처럼 생각하진 못했었는데 듣고 나니 동감이다. 난 전남친에게 즉석에서 “나도 사랑받으면서 큰 사람이야. 오빠한테 이별 통보받은 건 충격이지만 내 자존감에 영향은 없어.“라고 답했었다.
그나저나 맛칼럼(11)에서 이별을 통보하고 잠수이별을 시도한 그 분과 어떻게 만나서 이야기 나눴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그 분이 내가 듣는 수업 teaching assistant 라서 출석체크 사인을 받으러 내 책상에 왔을 때 써두었던 편지를 건넸다. 얼굴보고 예의바르게 대화하고 끝내자는 내용. 계속 얼굴봐야 하는 사이인데 텍스트로만 이별하고 끝내는 건 불편해서 좀 더 괜찮게 마무리짓고 싶었다. 그래서 그주 일요일에 오빠가 사주는 타코와 꿰사디야를 너무 맛있게 잘 먹었다. 레몬 두 조각을 넣은 콜라도 곁들여 먹었다. 난 배부르게 먹고 기분이 좋아졌는데 그 오빠는 엄지와 검지 사이를 지압하며 소화가 안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얼굴보고 이야기할 기회를 줘서 고밉다고, 너가 나보다 더 어른인 것 같다고 했다. 말을 예쁘게 해줘서 고마웠다.
오빠에게 준 편지엔 색연필로 프리지아 꽃다발을 그렸다. 프리지아의 꽃말은 천진난만함, 순진하고 순수한 사랑이다. 숲의 요정인 프리지아가 나르시소스를 사랑하게 되었지만, 먼발치에서 그의 모습을 지켜볼 뿐이었고, 자만심 강한 나르시소스는 그녀의 사랑을 눈치조차 채지 못했다. 어느날 나르시소스가 샘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물에 빠져 죽자 프리지어는 그가 죽은 샘에 가 따라 죽고 만다. 이를 지켜본 신이 프리지아의 순정에 감동하여 그녀를 꽃으로 만들었다. 사실 편지를 쓸 때는 이영지와 래원의 노래 ’프리지아‘, ‘아네모네’를 떠올리며 프리지아를 그린 건데 지금 글을 쓰며 자세한 신화를 찾아보니 나르시소스가 오빠와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다. 나도 스스로 자존심이 세거나 자아가 너무 비대하지 않은지 경계하는 편인데 그 오빠가 한수 위인 것 같다.
프리지아 같던 사랑을 끝내며, 성장 일기를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