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전자 바게트 - 맛 칼럼 (54)
서울에 9시 즈음 도착했다. 10시까지 숙대입구역에 가야 해서 4호선을 타고 가던 중 삼각지역을 앞두고 배가 고팠다. ‘삼각지 아침‘이라고 검색했더니 평일엔 새벽 6시, 토요일엔 아침 8시부터 여는 ‘국민빵집’이 떴다. 즉흥적으로 삼각지역에서 내렸다.
1번 출구에서 걸어서 6분 거리 빵집으로 향하던 중 삼각지 성당 바깥에 붙은 현수막에서 “너는 이제 무서워하지 않아도 된다 가난도 고독도 그 어떤 눈길도”라는 문구를 보았다. 성경 말씀인가? 했는데 피천득 시인의 시 ‘너는 이제‘의 시구였다. 나는 배가 든든하면 없던 용기도 생기는 사람인데 배를 채우러 가는 길 그런 글을 발견한 것이 재밌었다.
국민빵집에서 3300원짜리 차전자 바게트를 샀다. 차전자가 무엇인지 여쭤보니 변비에 좋은, 식이섬유 풍부한 질경이라는 채소라고 하셨다. 반죽엔 돼지감자 차, 여주가 들어간다는 안내문도 있어서 건강 빵을 사는 기분이라 좋았다. 데워주실 수 있으신지 부탁하니 데워주시고 잘라주셔서 든든하게 먹으며 약속 장소 숙대입구역까지 걸어갔다. 지하철역 한 정거장쯤은, 길 위에서 빵을 먹으며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토요일 아침부터 강의를 듣는 일정이었는데, 멈추지 않고 꾸준히 목표한 일을 하는 것, 새로운 길을 만들고 도전할 용기를 가지는 법 등이 주제여서 아침부터 마주친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문구가 하루 종일 머릿속에 맴돌았다.
한 끗 차이인데,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보다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 좀 더 따뜻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두려움은 작은 한 사람으로서 세상 살아가면서 당연히 찾아오곤 하니깐 힘주고 두려워하지 않으려 애쓰는 것보다 두려움이 찾아와도 따뜻한 빵 하나 찾아 먹고 힘내서 살아가보는 게 어때?라고 묻는 말인 것 같아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