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칼럼(4) - 명란 바게트
아침으로 삶은 계란과 마그네슘 영양제를 먹고 기숙사 창밖을 바라보니 밤새 눈이 내려 있었다. 부산 사람으로서… 눈이 왔다면 무조건 나가봐야 한다. 그리고 점심으로는 바게트가 먹고 싶었다. 맛있다는 빵집을 검색해서 찾아냈다. 50여분을 걸어 도착.
대학에서 사귄 서울 친구는 이 추운 날 밖으로 나간 나를 이해하지 못했다. 디엠으로 돌아올 땐 버스를 타고 오라고 조언해줬다. 기숙사로 올 땐 버스를 탔다.
사실 일반 바게트를 먹고 싶었는데 빵집엔 명란 바게트만 있었다. 4000원에 사고 컷팅까지 부탁드렸다. 기숙사에 오는 길 편의점에서 우유도 샀다. 바게트는 오늘 점심에 반, 내일 점심에 반 먹으면 될 것 같다.
대학 기숙사에 올 때 먹을 것 세 가지를 챙겨왔다. 올리브오일, 발사믹, 햇반3개. (햇반은 완전 비상식량인지 한 번도 안 먹었다) 명란 바게트는 이미 간이 돼 있었지만 올리브 오일, 발사믹과 어울렸다. 해외 여행 갈때 고추장 튜브를 들고다니는 한국인들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요새 내 입맛대로라면, 올리브오일과 발사믹 식초를 들고 있다면 든든하게 전세계를 돌아다닐 수 있을 것 같다.
같은 기숙사 층의 E언니를 공동주방에서 만났다. 양파와 파프리카를 썰고 불고기를 요리하고 있었다. 언니는 교포여서, “Do you want some 명란 바게트?” 이렇게 물어봤다. 언니가 “명란 바게트?”라고 아리송한 표정을 짓길래 “Do you know 명란?” 이렇게 물었다. “No..” “It’s fish egg, salty and delicious.” 영어로 맛 표현하기는 한국어보다 더 어렵다. ”I can’t eat seafood. Thank you, though.” 해산물을 못 먹는단다. 언니는 나에게 딸기 좀 줄지 물어봐 줬다. “Yes! Thanks.” 난 먹을 것 앞에서 거절이 없다…
언니 덕에 비타민 섭취! 대학 수업은 어때? 그래서 Good. 이렇게 대답. 대화를 이어나가고 싶은데 영어로 대화하면 버퍼링 걸려서 몇 초 뒤에야 무슨 얘기할 지 생각난다. 제발 이 현상 좀 고쳐지면 좋겠다. 전에 언니가 추천해준 CS수업 듣는다고 말했어야 됐는데!! 결국 다 먹어갈 때쯤 언니는 석사과정 어려워요? 이랬더니 1주일째긴 한데 아직은 manageable 하다고 했다. 너도 생각있니? 넹~ 생각 중인데요. 이 대학에서? maybe. 라고 대답하고. 언니는 코디랑 얘기해서 계획짜보라고 조언해줬다. 넘 멋있는 언니. 나도 나중에 언니처럼 Residential Advisor도 해보고 멋진 선배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