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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앙금 Sep 20. 2023

돌아가야 할 때

보물찾기는 끝났다.

힘찬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보물찾기는 시작됐고

아이들은 보물을 찾아 나선다.


다른 아이들보다 달리기가 빠른

민석이가 첫 번째 보물을 찾았고,

다른 아이들보다 관찰력이 좋은

예진이가 두 번째 보물을 찾았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고

보물을 찾은 아이나 그렇지 못한 아이나

소중한 추억을 한 아름 안고 집으로 돌아갔다.


소풍은 끝났고,

소풍이란 단어가 낯간지러운 나이가 되었지만

보물찾기는 계속되었다.

누군가 만들어 놓은 인생의 보물들을 찾기 위해    

안개가 자욱한 길을 떠돌아다녀야 했다.


행여나 지나친 곳에 보물이 있지 않을까

간발의 차로 보물을 놓치지 않을까

잠시도 눈을 깜빡이지 않고,

이곳저곳을 들춰 보며

구석구석을 살펴보아야 했다.   


초조해하며 이리저리 헤맬 때

보물을 찾은 사람들의 환호성이 들려왔고,

남은 보물의 개수는 절실함에 덜덜 떨리는

접히지 않은 가녀린 손가락에 있었다.     


행여 모든 손가락이 접힐까 두려웠고

그 순간 보물찾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그건 어두워지는 밤 때문일까.

얼마 남지 않은 보물 때문일까.

사실 보물 따윈 없었기 때문일까.   


온몸에 힘이 빠져

단 한 발자국도 걸을 수 없을 때야

비로소 생각해 본다.


내가 찾는 보물이 무엇인지

내가 찾는 그것이 나에게도 보물일

그렇게 바삐 찾아 헤매도

그 단순한 질문 한번 고민해 보지 않았다.


보물이라는 단어에 현혹되어

보물을 찾았다는 자부심에 하루빨리

도취되고 싶었을 뿐.


이젠 보물찾기는 끝났다.    

집으로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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