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이야기 생각 하나 10

친절한 너구리씨

by 한가람

숲 속 마을이 내일 있을 축제 준비로 분주합니다.

토끼는 맛난 풀들을 부지런히 모으고 수달은 싱싱한 생선을 준비했어요. 오소리는 달콤한 과일과 오동통 살이 오는 지렁이를 찾아 분주히 움직였어요. 다람쥐는 도토리를 따다가 여기저기 저장해 두었어요.

가끔 어디다 뒀는지 잊어버리기도 하지만 괜찮아요. 정말 많은 곳에 저장해 두었으니까요. 오리도 물질을 하면서 어디에 맛난 물고기들이 있는지 찾아두었어요. 모두들 축제날에 맛나게 먹고 밤새 놀 거거든요.


너구리는 일찍부터 저장하기 좋은 과일들을 모아두었

어요. 맛난 곤충들이 있는 곳도, 먹기 좋은 물고기들이 있는 곳도 알아두었지요. 자기만큼 축제 준비를 잘 한 동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문득 다른 친구들이 어떡하고 있나 궁금해졌어요. 자기는 벌써 준비가 끝났으니 친구들을 도와준다면 친구들이 모두 자신에게 고마워하겠죠?


너구리는 먼저 토끼를 찾아갔어요. 토끼는 맛난 풀들을 정리하느라 바빠 보였어요.

'음, 이렇게 하면 더 빨리 정리할 수 있을 텐데.'

너구리는 토끼가 하는 방식이 좀 비효율적으로 느껴졌어요. 그래서 알려줘야겠다 싶었어요.

토끼에게 자기 말대로 해보라며 풀들을 덥석 덥석 집어 나르기 시작했어요. 토끼는 괜찮다며 자기가 한다고 말했지만 너구리는 내 방식대로 한번 해보면 훨씬 좋다는 걸 알 수 있을 거라며 풀들을 다 정리하고 가버렸어요.

토끼는 너구리가 정리해 놓은 풀들을 보며 입맛을 다셨어요. 자기 취향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거든요. 왠지 다시 정리해야 할 거 같았어요.


두 번째로 방문한 곳은 수달네였어요. 수달은 지난 큰 비에 무너진 집 한쪽을 손보고 있었어요. 작업을 하다가 멈추고 다시 작업을 하다가 멈추고 하는 모습이 뭔가 잘 되지 않는 듯했어요.

'수달이 곤란한가 봐. 내가 도와주면 좋아하겠지?'

너구리는 수달에게 뭐가 잘 안 되는 거냐고 자기가 돕겠다고 했어요. 수달이 그냥 천천히 하고 있는 것뿐이라며 괜찮다고 말했어요. 너구리는 자신은 준비를 다해서 시간이 있으니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하고는 벽에 나뭇가지를 박아 넣으며 다지기 시작했어요.

수달이 집수리 하는 것은 수시로 일어나는 일이라 많이 봐왔거든요. 벽을 쌓아가는 너구리의 행동에는 거침이 없었어요. 뚝딱 뚝딱 금세 무너진 부분을 채워 넣었지요. 그리고는 뿌듯해하며 고마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는 가버렸어요.

수달은 사실 즐기고 있었어요. 무너진 벽을 수리하기 위해 나뭇가지들을 모으고 진흙을 뭉치고 하는 작업이 좋았거든요. 중간중간 멈추면서 모양도 살피고 반죽에 뭘 섞어볼까 가벼운 고민도 해보면서요.

그런데 너구리가 빠른 속도로 벽을 완성해 버려서 뭔가 허탈해졌어요. 하지만 돕겠다고 나선 너구리에게 뭐라 할 수도 없었죠. 수달은 한숨이 나왔어요. 뭘 하면 좋을지 고민하기 시작했죠.


오소리네는 맛난 먹이들을 손질하고 있었어요. 벌써 밥을 먹을 때가 가까워 오고 있었거든요. 오소리는 너구리를 반갑게 맞이했어요. 같이 밥을 먹자고 했죠.

친구들을 돕느라 힘을 썼더니 너구리도 배가 고팠어요.

고맙다고 말하곤 같이 밥을 먹었어요.

오소리가 준비한 음식들은 괜찮았어요. 하지만 뭔가 아쉬움이 있었지요. 너구리는 말을 해줘야겠다 생각했어요. 더 맛있게 먹는 방법을 알려주면 오소리도 분명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지요. 그래서 이건 이렇게 하면 더 좋고 저건 저렇게 하면 더 좋다는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어요.

오소리는 어색하게 웃을 뿐이었지요. 식사가 끝나고 너구리는 잘 먹었다고 인사하고 자기 집으로 갔어요. 오소리는 이제 너구리랑 같이 밥 먹는 일은 만들지 말아야겠다 생각했어요. 묘하게 기분이 안좋았거든요.


집으로 돌아온 너구리는 뿌듯했어요.

오늘 친구들을 많이 도와줬으니까요. 역시 자기가 나서야 일이 더 잘되는 게 분명했어요. 친구들에게 자기는 꼭 필요해 보였어요. 살짝 귀찮기도 했지만 어쩌겠어요. 친구니까 도와야죠. 내일도 아마 자기가 나서서 친구들을 도울 일이 많을 거예요. 너구리는 내일을 기대하며 편안히 잠들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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