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사람인데....
타닥타닥 난로 안에서 장작이 타들어간다.
비닐벽과 비닐문 너머로 바람이 몰아치다 잠잠해지길 반복한다.
이 얇은 벽이 바람을 얼마나 막아줄까 싶지만
생각보다 훌륭히 따뜻함을 지켜내고 있다.
밖이 어둑어둑해진다.
"차 한잔할까?"
"좋지."
부스럭 거리며 커피봉지와 밀크티봉지를 꺼낸다.
달콤 쌉싸름한 맛이 향긋한 향기와 함께 입안 가득 퍼진다.
비닐벽너머 해가 지고 있다.
나란히 앉은 우리는 하늘에 펼쳐지는 멋진 광경을 실시간으로 바라본다.
온통 금빛 섞인 주홍빛의 바다가 눈앞에 있다.
"있잖아, 나는 사람들이 자기가 할 때 힘들면 남도 힘들 거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어."
"응?"
한동안 말없이 하늘을 보던 네가 불쑥 꺼낸 이야기다.
가만히 네 쪽으로 귀를 기울여본다.
"음식점에 가서 밥을 먹을 때 뭐 가끔 진짜 아니다 싶은 식당들도 있기는 하지만 내가 그 음식을 만들려면 장 봐와서 재료 손질하고 조리하고 담아내고 설거지에 뒷정리까지 할 일이 정말 많잖아."
"그거야 그렇지. 그래서 주부들 사이에서 제일 맛있는 밥은 남이 해주는 밥이라는 우스개 소리도 있지."
"내 말이 그 말이야. 그렇게 번거롭고 힘든 일을 내가 일정 대가를 내면 대신해 주는 거잖아? 물론 내가 대가를 지불하기는 하지만 고마움 한 스푼 얹는다고 해서 큰 일 나는 것은 아닐 테니 그분들의 수고로움에 대한 답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네."
"음.... 뭔가 마음에 꺼리는 일이 있었구나."
"그냥. 돈을 냈다고 너무 어처구니없는 요구를 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있더라고. 보고 있으니까 좀 답답해졌어."
돈을 냈으니 내가 원하는 것은 주장해도 된다라는 생각들이 보이긴 한다. 하지만 어디까지 요구할 수 있는 걸까?
"그러게 우리가 지불한 금액에는 무엇까지 포함되는 걸까? 식당이라면 재료를 고르고 구입하고 손질하고 다듬고 조리하고 깔끔하게 담아내는 것까지일까? 거기다 깨끗한 매장과 청결한 식탁, 주인의 친절함, 때로는 덤을 원하기도 하지.
음.... 만약 나보고 음식점 하라고 한다면 안 할래.
못할 거 같아. 집안 식구들 삼시세끼 차리는 것만도 버거워."
약간 과장된 내 몸짓과 말에 네가 쿡쿡거리면서 웃는다. 그래 친구야. 지금은 웃자꾸나. 너의 시름이 날아가도록 말이야.
"가끔은 사람들이 단체로 공감능력을 발휘하면 안 된다는 교육이라도 받은 건가 싶을 때가 있어.
특히 상대방의 곤란한 상황이나 어려움에 대해
전혀 들어보려 하지 않고 당신 일이 그거잖아.
그러니 해내야지. 못해? 그럼 그만둬.
이런 식의 태도가 보일 때 정말 답답해져."
"그러게. 요구 수준은 점점 올라가니 서로가 서로에게 너무 많은 짐을 지우고 있는 거 같기도 해.
과례는 비례라고 했는데 서비스는 어디까지가 적정선인 것인지 맞추기가 쉽지 않아 보이네.
호의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풍조가 많이 퍼진 거 같기도 해."
"뉴스에 그런 사례들이 나올 때마다 나의 상식이 상식이 아닌 건가 싶어질 때가 있어. 하긴 드문 일이니까 뉴스가 되는 거긴 하겠지만 그런 뉴스가 늘어나는 거 같아서 답답하네. 실제로도 주변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어느 직종이든지 과한 요구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거 같아. 자기들도 일터에서 그런 경험을 하면 힘들 텐데 말이지. 왜 타인에게는 그러는 걸까?"
'그러게 내가 그런 상황에 놓이면 나도 힘들고, 답답하고, 억울할 수도 있는데 요구를 할 때는 그런 생각이 안 드나 보다.'
답을 바라고 던진 질문이 아니기에
혼자 생각만 하고 조용히 너의 다음 말을 기다린다.
타닥타닥 타오르는 나무향이 그윽하게 전해온다.
황금빛으로 빛나는 숯과 새로 넣은 장작이 함께 만들어 내는 온기와 빛이 주위를 고요하고 따스하게 비추고 있다.
"그래도 괜찮은 순간들도 있어. 상대의 어려움을 수용하고 기꺼이 돕고자 하는 사례들도 많으니까."
"그건 그렇지."
너의 말에 동조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결국 개인의 문제인 걸까? 아니면 상황의 문제인 걸까?"
"글쎄. 둘 다이기도 하고 각각이기도 하겠지.
급박한 상황에서는 여유가 나오기 힘들고 개인적으로는 생각의 차이가 있으니까.
어떻게 행동하고 어떤 태도를 가질지는 본인의 선택이니."
"그러게. 다 같이 잘 지낼 수 있으면 좋으련만."
너의 눈동자가 깊어진다.
생각에 잠기는 너의 곁에서 차를 홀짝인다.
밖은 어느새 밤이 내려앉았다.
초롱초롱한 별들이 보인다.
바람에 한들거리는 소나무 가지와 저 멀리 보이는 바다가 고요하다.
너의 고민이 나의 고민이 되고
너의 가치가 나의 가치가 된다.
그래 이런 너라서 나는 네가 참 좋다.
책과 일상과 영화와 노래에 대한 이야기를 더 나누다가 잠을 청하러 들어간다.
세상을 사랑하는 너의 잠이 평안하기를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