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하순이었다.
일이 조금 늦어져서 평소보다 5분 늦게 나왔다.
그 잠깐 사이 정류장엔 사람들이 더 붐볐고 도로에 차들도 더 많았다.
'와~ 5분 사이 이렇게 달라질 수도 있구나!'
일을 마치는 시간에 엄청 서두르면서 지금 안 나가면 길에서 한 시간을 보내야 한다던 예전 직장 동료의 말이 실감되는 순간이었다.
내가 탈 버스도 도착시간을 보니 20분이나 남아있었다. 앞차가 막 갔겠구나 싶었다.
'아쉽네. 오늘 늦어지겠는데?'
아쉬움을 느끼면서 차가 올 때까지 뭐 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해가 넘어간 저녁이지만 공기는 습하고 낮동안의 열기도 남아 후덥지근했다. 남은 시간 멀뚱히 있기도 그래서 낮에 연락 왔던(일하던 중이라 통화를 못했다) 지인과 통화를 했다.
잠시동안의 수다 속에 반가움과 따뜻함을 느끼며 앞차를 놓쳐서 늦어진 퇴근길이 편안함으로 다가왔다.
마음이 통하는 이와의 수다는 늘 즐거운 법이다.
마침내 버스가 왔고 자리에 앉았다.
'어쨌거나 차에 탔네. 집가자.'
하루의 고단함을 의자 속에 내려놓으며 쉬다가 어느새 잠이 들었었나 보다. 뭔가 이상한 느낌에 눈이 떠졌는데 내가 탄 버스가 멈춰있었고 옆으로 같은 번호의 버스가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응? 뭐지? 뒤차가 왜 먼저 가는 거지?'
밖은 어두웠고 시외곽을 달리던 중이라 건물이 없어서 정확한 위치도 알 수 없었다.
엔진 소리가 좀 이상하다 싶었는데 기사님이 갑자기 시동도 끄고 실내등을 다 끄셨다.
'어라? 이게 뭔 일이래? 차가 고장 났나? 근데 불도 끄고 시동은 왜 끄는 거지?'
어떤 방식으로든 해결은 될 테지만 태생이 쫄보인지라 순간 난감함이 밀려왔다.
내가 탄 버스는 시와 시 사이를 오가는 좌석버스인데 18년도에 터널에서 사고가 있은 후 입석은 금지가 되었다. 지금은 퇴근길이고 뒤차도 승객이 꽉 차있을 텐데 뒤차로 옮겨 탄다 해도 한두 명 정도 가능할 터이다.
'상황이 어떤지 방송이라도 좀 해주시면 좋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자고 있는 사람들도 많아서 그건 또 아닌가 싶기도 했다.
다행히 전원을 모두 끈 것이 효과가 있었는지 무사히 다시 시동이 걸렸고 버스는 천천히 출발했다.
시동 걸리는 소리가 어딘가 힘겹게 들려서
'괜찮은 거 맞나?' 싶었다.
그래도 차가 움직이니 다행이고 내가 내릴 정류장까지 무사히 갈 수 있기를 바랐다.
그렇게 20여분을 더 갔을까?
기사님이 주행하던 차선을 벗어나 도로가로 버스를 몰고 가시더니 정차하고 다시 실내등을 다 끄고 시동도 끄셨다.
다시 시동이 걸리고 버스가 출발했지만 속도를 많이 내지는 않으셨고 이러다 외곽에서 정말 멈추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버스가 힘겹게 움직이는 느낌이었는데 그래도 어찌어찌 내가 환승하는 정류장까지 올 수 있었다.
그 이후를 알 수는 없지만 종점까지 얼마 남지 않았을 테니 승객들을 모두 내려주고 무사히 운행을 마치셨다고 믿고 싶다.
그렇게 집에 도착하니 평소보다 40분 정도 늦어있었다.
'하~ 5분 늦게 나왔을 뿐인데....'
어둑어둑 주위가 잘 확인이 안 되는 시간, 난감함과 안도감이 교차하는 오늘의 이벤트는 이렇게 끝났다.
무사히 오늘 안에 도착한 것에 감사하며 문제 상황에도 승객들을 도착지점까지 이송해 주신 기사님께 감사하며 부디 다른 버스들에서는 이런 일이 없기를 바라보았다.
-------------------------------------
PS. 집에 와서 이야기하니 큰 애가 말한다.
"와~ 오늘 나도 그랬어. 우리 학교 경사가 급하잖아? 근데 오르막을 올라가는데 시동이 꺼져버리는 거야. 이미 수업시간 2분 늦은 상황인데 내려서 달렸지."
"경사로에서? 겁났겠는데?"
"어"
"뭔 일이래~ 차들도 월요병 이래니?"
"그러게~"
근데, 우리에게 뭔 일이 있는 날이었을 수도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