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온다... 출근해야 하는데
지난여름 어느 날,
세차게 내리는 빗소리에 새벽에 잠이 깼다.
'와, 이 비를 뚫고 출근해야 하는 거야?'
난감함이 올라왔다.
그래도 어쩌겠나 직장인이 출근해야지. 아휴.
염려는 잠시 한쪽으로 치워두고
평상시처럼 반찬 몇 가지를 후다닥 만드는 사이
비가 멎었다.
'으흠, 좋아! 운이 좋군. 얼른 나가야지.'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준비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와보니 그 짧은 몇 분 사이 다시 비가 세차게 내리고 있었다.
'조금만 있다가 내리지.'
비가 내 사정 보고 내리는 게 아닌데 순전히 나만의 생각으로 의미 없는 투덜거림을 해보고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버스가 늘 제시간에 오는 것이 아니어서 항상 여유시간을 두고 나온다. 나오면서 오늘은 비가 오니 평소보다 더 기다리겠다 싶었는데 큰 길가로 나오니 타야 할 버스가 신호대기 중인 것이 아닌가!
'이런! 하필 오늘 왜 빨리 오는 건데.'
속으로 비명을 지르며 냅다 달렸다. 이 버스를 놓치면 30분을 기다려야 하고 그러면 지각이다!
횡단보도를 건너고 정류장까지 전속력으로 달리고 있는데 차들이 잔뜩 물이 고인 길가를 쌩하니 지나가면서 거대 물보라를 일으킨다.
나는 우산을 쓰고 있었음에도 왼쪽으로 날아드는 물벼락을 그대로 맞아야 했다.
내리는 비는 우산으로 막지만 옆에서 날아오는 물벼락은 피할 방법이 없다.
하...... 쌩하니 달리는 차를 원망해야 하나
이 길에 배수로를 만들지 않은 시 행정을 원망해야 하나 아님 폭우를 쏟아내고 있는 하늘을 원망해야 하나...
암튼 버스를 타기 위해 열심히 달렸고 고맙게도 기사님이 달려오는 날 보시고 기다려주셔서 탈 수 있었다. 헉헉거리며 올라와서 "고맙습니다"하고 들어서는 순간,
"일찍 나오셔서 기다리셔야 합니다. 비 오는 날 차 놓치면 힘들어요." 하신다.
달려오느라 숨 가쁜 나는 "네" 하고 자리에 앉았다. 속으로는 '그러게요. 비도 오는데 왜 이렇게 일찍 오셨을까요?' 하면서 말이다.
버스를 타고 가다 보니 일찍 온 이유가 짐작이 되었다. 버스에 타고 있는 사람이 평소 절반도 안되었지만 정류장마다 타는 사람도 내리는 사람도 없어서 거의 그냥 통과였다. 이러니 일찍 왔을 수밖에.
비 오는 토요일은 일찍 나와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환승할 정류장에서 내려 다음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여기는 도로에 물이 고여있지 않았다.
시선을 내려서 보니 배수로 덮개가 정류장 바로 앞에 있었다. 좀 전에 도로에 차오른 빗물로 물벼락을 맞은 내게는 그 배수로 덮개가 반가웠다.
'비가 와도 어! 배수로가 있으니까 이렇게 물이 안 고이잖아!'
아무래도 배수로를 만들지 않은 시 행정을 원망해야 하나보다.
환승할 버스가 왔고 올라타면서 가볍게 인사를 했다. 버스는 텅 비어 있었다.
이 버스가 이렇게 텅 빈 것은 처음이었다.
내가 유일한 승객이라니 '와, 이런 날도 있네.'
낯선 경험을 하며 자리에 앉는데 젖은 옷의 느낌이 그대로 전해져 왔다. 왼쪽으로 물벼락을 맞은지라 어깨부터 원피스 아래까지 다 젖어있었다.
이런 일이 생길까 봐 일부러 잘 마르는 옷과 샌들을 신었다. 옷에도 잔무늬가 들어가서 젖어도 별로 티가 나지 않는다. 다행이다.
구두든 운동화든 젖어버리면 말리기 힘들다. 일터에서는 슬리퍼를 신는다 해도 퇴근할 때 마르지 않은 축축한 신발을 다시 신고 싶지는 않았다.
이렇게 미리 준비한 나를 칭찬했다.
에어컨은 돌아가고 시간이 지나면 옷은 마를 테니 그때까지 일에 집중하기! 바쁘게 보내다 보면 미처 옷에 대한 건 느껴지지 않을 테지. 그래서 걱정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오늘도 괜찮은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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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오전이 지나자 옷은 다 말랐고 바쁘게 움직이며 그날의 일도 잘 해냈다. 젖은 옷도 별로 신경 쓰이지 않았다.
그런데 퇴근길은 난리가 났다.
이날은 100여 년 만의 폭우가 쏟아진 날이었다.
난생처음 경험한 물난리,
그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풀어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