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떠서 흘러내리는 머리를 정리하려고 머리핀을 찾았다.
분명히 어젯밤 잠들 때 옆에 뒀었는데
보이지 않는다.
다른 곳에 둔 걸까?
혹시나 해서 화장실에도 가보고 화장대도 살펴본다.
옷장도 열어서 확인한다.
안 보인다.
내가 어디다 둔 거지?
다시 찾아본다.
이번엔 찾는 구역을 넓혔다.
컴퓨터 책상도 보고 거기 놓인 책들도 들어본다.
화장대서랍을 열어보고
화장실도 다시 가서 수납장 안까지 살펴본다.
그래도 안 보인다.
도대체 어디다 둔 거야?
할 수 없이 머리끈으로 머리를 정리하고
돌아서는데
머리핀이 보였다!
좀 전까지 그렇게 찾아도 보이지 않더니
누었던 자리 옆에 떡하니 자리 잡고 있다.
누가 그사이 몰래 가져다 둔 것도 아닐 텐데
저게 저기 있는 게 왜 안보였을까?
순간 내가 바보 같다.
눈앞에 두고도 물건을 찾지 못하는 이런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무주의 맹시(無注意 盲視)'라고 부른다.
1992년 미국 아리엔 맥 박사와 어빈 록 박사가 발견한 현상으로
우리의 뇌가 한 번에 들어오는 시각, 청각 자료를 처리하지 못해서 생긴다고 한다.
즉, 다른 곳에 주의가 팔리면 보고 있어도 보지 못한다는 말이다.
안심이다.
인간이 원래 그렇다니 말이다.
이제 나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물건을 못 찾을 때 핀잔주지 말아야겠다.
"어떻게 그걸 못 볼 수가 있어!"라는 말 대신에
"그럴 수 있지.", "그럴 때가 있더라."로 바꿔보면 어떨까?
어쩌면 이 말이 평화를 연장시켜 주는 마법의 언어가 될 수도 있다.
이 현상을 실험을 통해 확인시켜 준 학자들이 있다.
대니얼 사이먼스, 크리스토퍼 샤브리스 박사는
이 실험으로 엉뚱하고 기발한 연구자에게 주는 이그노벨상을 받았다.
이 실험이 궁금하다면,
'보이지 않는 고릴라 실험'을 검색해 보고
지시사항을 꼭 지키면서 영상을 보면 된다.
무주의 맹시를 즐겨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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