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가람 May 29. 2024

장 달이기

봄이 시작될 무렵 해야지 했던

장달이기를 오늘 했다.

2L 페트병 4개 분량을 냄비에 넣고 끓였다

불순물들이 올라오면서

냄비 벽에 들러붙는다. 거품이 많아진다.

끓어 넘치면 가스레인지 청소가 덤으로 주어진다.

서둘러야겠다.

가스불의 세기를 줄이고

납작한 주걱으로 거품을 걷어내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불 앞을 벗어날 수 없다

지키고 서서 올라오는 거품을 계속 걷어내야 한다.

이제 끝이  보인다.

거품이 줄어들고  한층 색이 짙어진 장이 보인다.

맛도 좋겠지?

살짝 찍어서 맛을 본다.

잡내도 없고 깔끔한 장 맛이다.

이제 식혀서 한번 걸러주면 된다.

겨울을 날 때까지 우리 집의 나물과 국을 책임져 줄테지

맛있어져라~ 맛있어져라~




2L 페트병 4개 분량이 달이기를 끝내고 나니

 3개 분량으로 줄어들었다.

한 시간을 달이면서 졸아든 탓도 있을 테고

거품과 함께 장이 덜어진 탓도 있을 테지.

줄어든 양만큼

장맛은 좋아지고 보존력이 올라갔다.


하나를 잃고 둘을 얻었다.

둘을 얻는데 목적이 있는 행위였으니

줄어든 양이 아쉽지 않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치르는 대가였으니

충분히 감당할만하다.

그래서 기분이 좋다.

진즉에 할걸.

신경 쓰이던 일  하나를 해결했다.

나 자신이 기특하다.




필요한 일임을 알면서도  미루는 때가 있다.

이유는 ......

글쎄? 모든 게 이유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이렇게 생각하려고 한다.

그냥 그때는 할 때가 아니었던 거라고

지금이 할 때였고 했으니 됐다고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몸과 마음은 하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