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거나 만족하거나

by 한가람

토요일 아침이다.

늘 일어나는 시간에 눈은 떠지지만

이불의 따스함을 한껏 누리며 뒹굴거릴 수 있다

토요일에는 상대적으로 한적한 도로상황 덕에

펭일보다 30분 늦게 나가도 되기 때문이다.


식구들도 모두 쉬기에 아침을 챙기지 않아도 된다.

온전히 나에게 맞추어서 여유롭게 움직인다.

잠이 깬 채 누워서 스트레칭을 하기도 하고

가볍게 요가를 하기도 한다.

때로는 그냥 이불을 돌돌 말고 누워서

일부러 늑장을 부려보기도 한다. 묘한 충족감이 든다.

느지막이 일어나서 간단히 먹거리를 준비해 두고 문을 나선다. 도로에는 평소 그 많던 차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버스에 올라타보면 승객들도 별로 없다.

한적하고 고요하다.


평일은 늘 먼저 출근하는데 토요일은 내가 꼴찌다.

아무도 없는 어두운 실내의 차가운 공기를 느끼며 전등을 켜고 히터를 켜는 사람은 내가 아니다.

이미 히터가 틀어진 실내는 따뜻하다.

훈기를 느끼며 동료들에게 인사를 건넨다.

느긋하게 준비하고 편안하게 업무를 시작한다.

게다가 단축근무다. 날이 밝을 때 퇴근한다.

이래저래 토요일은 여유로운 날이다.


만족스러운 이 하루에 딱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평일에는 환승 정류장에서 4~5분만 기다리면

갈아 탈 버스가 오는데 토요일에 늦게 나오면

25분 정도는 기다려야 한다.

다른 계절은 견딜 만 한데 겨울은 좀 아니다.

추운 바람에 발을 동동 구르며 앞뒤로 휑하니 뚫린 정류장에 앉아서 버스를 기다려야 한다.

온열의자가 있어서 그나마 견딜 만은 하다.

(뉘신지 모르지만 온열의자 아이디어를 내고 실행하도록 하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보낸다.

정말 멋진 아이디어다.)

바람이 심한 날은 다리와 발목을 휩싸고 도는 냉기를 느끼며 다음 주에는 그냥 일찍 차를 탈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 시간 일찍 가서 히터 틀고 따시게 있는 거야!'

냉기 속에서 지루함을 느끼며 한 결심은 다음 토요일 아침에 여지없이 흔들린다.

'에이 30분이 더 있는데' 하면서 이불을 끌어당기고 있다. 바로 일어나면 일찍 갈 수 있음에도 모른 척 미적거린다. 그리고는 애꿎은 버스 시간을 탓한다.

'에이, 버스가 빨리 오면 좋을 텐데....'




일상에 이런 순간은 수시로 일어난다.

무언가를 하고 좋음을 느낄 때 '아, 이것도 되면 더 좋을 텐데.'라는 생각이 떠 오른다. 그 순간 처음 느꼈던 좋음은 일정 부분 줄어들어있다. 더 많은 것을 바라는 마음이 가진 것을 적게 느끼게 한다.

조금 더 나아가서는 늘 적게 가진다는 생각에 빠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놓고 보니 좋음도 나쁨도 실제 일어난 대로 느끼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에서 이리저리 재단하고 느끼고 싶은 대로 느끼는 모양새다.(여기서 중요한 부분은 대부분 좋음을 느끼고 싶어 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렇게 재단되는 사이 많은 부분이 깎여나가고 작은 부분만 남아 부족감을 불러들이게 된다.)

좋음이 나에게 왔고 그 순간 있는 그대로 이 좋음을 누리면 되는데 세상 이것만큼 힘든 일이 없어 보인다.

왜일까?


어쩌면 늘 더 잘해야 한다, 더 좋아야 한다, 혹은 '겨우 그걸로 만족하냐?'라는 핀잔 아닌 핀잔까지, 살아오면서 주위에서 들려준 이런 류의 말들에 영향을 받아서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자신의 발전을 위해 애쓸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타인의 잣대를 자신의 잣대인양 착각하고 누릴 수 있는 행복을 축소시키지 말자는 이야기다. 근사하고 위대하며 모두에게 부여된 삶의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니다. 나 스스로가 원하는 방향으로 그렇게 만들어가는 것일 뿐이다. 각자에게 의미가 있고 되고 싶은 모습 말이다.


다른 하나는 그칠 줄 모르는 본연의 욕망이다. '점점 더'는 끝이 없다. 스스로를 단련시키고 본인이 세운 삶의 의미와 목적을 위해 성장하고자 하는 것과는 별개로 욕망만을 위해 달려 나가는 '점점 더'는 자신도 타인도 위태롭게 만들기 충분하다. 그래서 감각적인 욕망은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 멈추는 지점을 정해두고 시선을 돌릴 줄 아는 여유가 필요하다.


현재를 살아보자. 지나간 과거도 다가올 미래도 아닌 지금을 살아보자.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보다 주어진 것에 대한 만족을 느껴보자. 행복이 성큼 다가온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쉬는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