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창가

by 한가람

살포시 잠들었다 눈을 떠보니

차창밖으로 산들이 이어지고 있었다.

먼 산의 촘촘한 나뭇가지들은

마치 강아지의 수북한 털처럼 복슬복슬하고

앞산에는 드문드문 연둣빛 여린 잎사귀가

인사하듯 살짝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스쳐가는 풍경 속에 노란 개나리가

바람에 한들한들 손짓하고

만개한 벚꽃은 환하게 빛났다.

산어귀에는 홍매화 두 그루가

화려하게 존재감을 드러내고

양지바른 낮은 땅에는 꼬리조팝나무가

보들보들한 하얀색 꼬리를 이리저리

휘두르며 성큼 다가온 봄을 환영하고 있다.


터널이 가까워질수록 산이 점점 다가온다.

신록의 여린 잎사귀들이 손에 잡힐 듯하다.

한두 그루지만 분홍 진달래도 보인다.

다양한 갈색들이 옹기종기 모인 곳에

푸릇푸릇한 상록수들이 든든히 자리 잡고 있다.

개울이 흘렀던 자리에는

수양버들이 긴 팔을 드리우며

연둣빛 고운 여린 잎을 피워내고 있다.


터널 앞이다.

순식간에 인공의 구조물 속으로 들어왔다.

하얀 타일벽이 창밖으로 펼쳐진다.

자연의 빛 대신 노란 전등빛이 어둠을 밝힌다.

으스름한 빛 속을 달린다.

마침내 환한 태양빛 아래로 나왔다.


잠시 꿈을 꾼 듯

공장건물들과 고가다리, 수많은 차들이 보인다.

길 양옆으로 아파트들이 빼곡하다.

꽃과 나무들을 대신하고 있어 아쉽지만

괜찮다.

그 길, 그곳에

꽃과 나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내일이면 더 많은 잎사귀와 꽃들을 볼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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