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당황스러운 순간들이 있는데 교통카드에 잔액이 부족한 순간도 그렇지 않을까 싶다. 현금을 내면 되겠지만 현금이 없거나 있어도 고액권이라 천 몇백 원 하는 버스비를 내기에는 불편함이 있다.
대개 이런 상황에서는 곧바로 내리거나 차가 출발했다면 기사님께 양해를 구하고 다음 정류장에서 내리곤 한다.
종종 이런 경우를 보면서 연령대별로 그들이 상황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조금씩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먼저 초등학생들은 해맑다. 버스에 올라타서 카드를 찍고 "잔액이 부족합니다"라는 음성이 들리면 대부분 "어? 야, 내리자." 하고는 친구들도 같이 우르르 내린다. 그리고는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걸어간다.
당황은 하지만 의외의 상황을 즐기는 모양새다.
중고등학생들은 대체로 대신 내주고 계산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집중한다. 버스비를 그냥 대신 내주거나 현금이 있으면 빌려주거나 대신 내주고 그 자리에서 송금을 받기도 한다. 짧은 순간에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서로 물어보고 한 친구가 정리를 한다. 의사결정의 장이 실시간으로 열린다. "고마워.", "괜찮아." 같은 인사말이 오간다.
성인들은 대개 혼자 버스를 탄다. 그러다 보니 잔액이 부족한 것을 알게 되면 꽤 당황하게 되는 것 같다. 낭패감이 얼굴을 스치고 그다음으로는 창피함이 스쳐간다. 특히 출근길이라면 그런 느낌은 강화되는 것 같다. 다음 버스를 타면 지각이 확실해지니까.
미리 챙겼어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어쩌다 한번이지 않나. 늘 챙기지 못하는 것도 아닐 텐데 그 순간 자신이 한심해 보이고 싫어진다. 필요이상의 감정을 불러일으켜 그날 하루를 엉망으로 만들어 버리기도 한다.
책임져야 하는 게 많아서일까?
아니면 긴 시간 학습된 결과일까?
만일 후자에 더 가까운 것이라면 타인의 실수에 조금만 더 관대해지기를 제안하고 싶다.
할 일이 늘어나고 챙겨야 할 것이 많아지면 놓치는 부분도 생기기 마련이니까. 우리는 완벽하지 않으니까.
상황에 따른 대처능력이 제일 부족하다고 보이는 초등학생들이 제일 느긋하다. 생각이 없어서라고 판단할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생각이 열려있어서라고 판단하고 싶다.
"어라? 카드에 돈이 없네. 그럼 걸어가지 뭐."
길게 고민하지 않고 그 순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하나의 에피소드로 기억한다.
불필요한 2차 감정을 끌어내지 않는다.
때로는 이런 단순함이 우리를 편안함에 머물게 한다.
불필요한 생각을 멈추고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야 말로 마음의 평화를 지키는 방법일 테니 말이다.
마음의 잔액도 부족해지지 않게 자주 충전해보자.
우리는, 당신은 꽤 괜찮은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