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은 늘 뒤죽박죽이다.해물짬뽕에 소고기짬뽕을 섞어 놓은 것처럼 내용물을 식별하기도 힘들고 그 색은 짙고 탁하다.친구랑 수다 떨다가갑자기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기도 하고, 가수가 되어 노래를 부르다가느닷없이 현재의 나로 돌아와서고3인 딸이랑 실랑이를 하고 있고. 가수 황치열과 데이트를 하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미국에 가서 본조비를 만나고 있는꿈을 꾼 적도 있다. 눈을 떴을 때 그 장면들은 잠깐 스치다 이내 비눗방울 터지듯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곤 한다.
어젯밤 꿈엔 교회에서 목사님이랑 농구를 하고 있었다.말도 안 되게 둘이 공을 하나씩 들고서. 심지어 내공은럭비공이었다.그러다 갑자기 교회에서 다과회를한다고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오고 어느새 나는다과회장에서음식을 먹고 있었다. 그때 옆을 보니 난데없이 나타난 고등학교 동창희정이. 둘이 커피를 마시다가 갑자기 잔디밭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뛰었다. 잔디 색깔이 마치 녹색물감이다 떨어져 물을 잔뜩 섞은 것처럼흐리멍덩한 게 이상해서이게 꿈이 아닐까 하는생각이 들었다.
그때 앞서 뛰어가는 친구를 불렀다.
"희정아, 지금꿈속인가 봐."
친구는뛰던걸 멈추지 않고 고개만 돌려 대꾸했다.
"그럼꼬집어 봐."
달리면서 내 팔을 사정없이 꼬집었는데 역시 하나도 아프지가 않았다.
"희정아, 그만 뛰어. 이거 꿈 맞는 것 같아."
그러다 재차 확인을 위해 같이 뛰던 옆사람에게 부탁했다.
"저 좀 꼬집어 주실래요?"
아플 것 같아 잠깐 주춤하다 팔을 내밀었다.
실루엣만 보이는 누군가가 내 팔을 아무 대답 없이 꼬집어댔다. 어!!근데 이게 웬일인가! 팔이 쑤시는 듯 아파오는 통증. 앞서 달리는 친구에게 다시 소리쳤다.
"희정아, 이거 꿈 아닌가 봐. "
현실인척 정신을 바짝 차려보려다 꿈에서 깼다.
시시하고 결말 없이 끝나버린 꿈.
일어나 보니 새벽 6시였다.애들 학교 보낼 준비를 하기 위해 침대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가면서갸우뚱했다. 원래 꿈에서 꼬집으면 아프지 않아야하는 거 아닌가?
50 평생 살아오면서 수많은 꿈을 꾸어왔고 수없이 많이 꼬집어봤지만 어젯밤 꿈에서처럼 아팠던 적은 처음이었다.
금방 달아나버릴 것 같은 꿈을 애써 붙들며 하루종일 연연해 있다가 이런 생각을했다. 나는오랜만에 만난 친구와잔디밭을 자유롭게 뛰면서 좋았던 것 같다.
현실이길 바라는 마음이 임의로 통증을 만들었던 건아닌지......
요즘 들어 동창들이 부쩍 꿈속을 자주 찾아온다. 그들과의미 없이 뛰고, 의미 없이 재잘거리던 때가코끝이시큰거리도록 그리워지는 요즘, 내게도 갱년기란 놈이 찾아오려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