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의 사진 같은

by 김선희

뉴질랜드의 자연은 빼어나다. 운치 있는 야외테이블에서 브런치를 즐기는 백인들의 웃음, 리듬을 타듯 귀를 간지럽히는 온갖 새들의 수다, 바닷가 쨍한 하늘볕 밑에서 오수를 즐기는 미녀들의 모습.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그 모든 것들이 생동감 없는 수채화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눈을 뜨면 어제와 같은 그림, 별다를 것 없는 새들의 지저귐. 뚜껑을 열면 언제든 꺼내어 색칠할 수 있는 크레파스처럼 그 예뻤던 하늘도 내 눈엔 흔하디 흔한 풍경으로 머문다. 몇 해 전 한국에서 인천 앞바다가 드넓게 펼쳐지는 전망에 홀딱 반해 46층 아파트를 덥석 계약했던 때가 생각났다. 처음 몇 달은 근두운을 탄 손오공이라도 된 양 46층 꼭대기에서 바라보는 풍경에 뻑이가서 틈만 나면 거실에 앉아 바깥세상구경을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게 딱 세 달이었다. 세 달이 지나니 그 멋들어진 뷰도 한 달 내내 지겹도록 봐야 하는 달력의 사진처럼 눈에 콕 박혀버렸다. 뉴질랜드에 가면 노상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매일이 새로울 것만 같았다. 그 막연했던 기대도 46층의 전망처럼 허무하게 사그라들고 말았다.

지루하도록 조용하고, 지겹도록 아름다운 자연. 나는 이제 이곳을 떠날 준비를 하련다. 그리고 오늘, 잊히는 게 두려워 펜을 들기 시작했다. 영어도 못하면서 그동안 여기서 참 잘도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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