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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희 Aug 17. 2022

내 글이 없어졌다

가슴이 쿵!! 하고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추억을 떠올리며 써 내려갔던, 발행까지 마친, 라이킷까지 받았던 내 글이 갑자기 눈앞에서 사라졌기 때문이다.

어리바리 이것저것 누르다가 작은 휴지통 버튼에 손이 갔던 것 같다.

머리는 하얘지고 앞은 깜깜해지고 순식간에 흑백이 왔다 갔다 했다.

발행취소글 이란 버튼을 보고 반가운 마음에 들어가 봤는데 없었다.

'혹시 브런치팀은 해결방법이 있을까? 아~ 전화번호도 없는데 어찌 연락을 하겠어.'

그 시간은 아들 픽업 시간이라 집중해서 다 시 쓸 여유도 없었다.

학교에 가서도 날아간 글 생각만 뿐이었고, 내 69명의 독자들에게도 너무 미안했다.

알람이 울려 글을 보러 들어갔는데 글이 삭제되었으니 얼마나 황당할까 걱정이 되었다.

아들을 학교에서 뛰어놀게 놔둔 채로 잠시 벤치에 앉아 생각을 가다듬었다.

그래. 다시 써보자 하고 기억을 더듬었다.

첫 문장부터 잘 떠오르지 않았다.

문맥을 생각하고 그 글에 넣어서 만족스러웠던 표현들을 끄집어내어 차분차분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중간에 자꾸 막혔다.

'대체 아까 나는  얘기를 어떻게 표현했었지? 아깐 내 몸에 다른 작가가 빙의됐던 건가?'

몇 가지 표현은 도저히 떠오르지 않아 다시 새롭게 만들었다.

그렇게 어찌어찌 끝까지 다 써 내려갔다.

그제야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아까와 같진 않지만 내가 쓰고 싶은 얘기는 다 들어간 것 같았다.

비로소 내 눈앞에 모든 것들이 정상적으로 보이고 모든 일들이 다시 손에 잡히기 시작했다.

사진까지 다시 넣고 나서 글 말미에 양해의 글을 남길까 하다가 글 흐름에 방해가 될 것 같아 썼다가 지워버렸다. 

지금까지의 내 34개의 글들을 저장해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근데 IT치 기계치인 내가 글을 저장하려고 만지작거리다가 또 무언가를 잘못 눌러 내 글이 다 날아가버릴까 봐 조심스럽다.

그래서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


하지만 오늘 내 글이 날아간 덕에 나는 소재 하나를 얻어 또 글을 쓰고 있다. 이런 걸 전화위복이라고 해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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