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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희 Dec 24. 2022

이제 내 돈 좀 돌려주겠니?

싱가포르생활을 마치며

정직하고 양심 있게 살아야 한다는 어찌 보면 당연한 나름의 철학이 있다.

남에게 해를 입히지 않고 려하며 살아야 한다고도 생각한다.

결국 그 모든 것은 나에게 부메랑이 되어 다시 돌아올 거라는 믿음도 있다.

내가 당장 부당하게 100원의 이익을 보았더라도 언젠가는 꼭 100원만큼의 손해를 감당하게 되어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우주의 섭리이자 살아가는 이치라는 것에 대한 신념이 단 한 번도 흔들린 적이 없다.


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4년여의 시간 동안 싱가포르에서 생활하는 동안 가장 안타까웠던 이 바로 그 부분이었다.

부당하다고 느낀 적이 많았고 손해를 보고 있다는 걸 느끼면서  지울 수 없었던 생각도 그거였다.

'저렇게 살면 나중에 본인한테 다시 돌아올 텐데...'


거두절미하고 나는 지금 집주인에게 월세 보증금을 못 받고 있다.

계약서상에 14일 이내에만 돌려주면 된다고 명시되어있긴 하다. 그렇다고  그 기간을 남김없이 채울 모양이다.

그럼 어디 한번 그 계약서 좀 꼼꼼히 따져볼까?

그 깨알 같은 글씨를 빠짐없이 읽어보면 이렇다.

집을 나오기 2주 전부터 핸드오버(집체크)를 시작하고 2주 동안 원상복구를 해놓을 시간을 다음 나올 때는 보증금 전액을 돌려줄 것.(계약서마다 다를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게 지켜지지 않고 있다.

세입자가 나가고 나서 그냥 14일 동안 집을 계속 체크한 후에 보증금을 까 나가는 용도로 악용되고 있다.

철저하게 주인에게 유리하게끔.


처음엔 벽에 스티커 2개를 붙였다 뗀자국이 있다고

복구비용을 보증금에서 떼야겠다고 연락이 왔다.

하지만 인부가 와서 그 부분만 메꾸고 10불, 20불 받아갈 리 만무하다. 결국 벽에서 조그만 스크레치까지 다 찾아내 400불어치를 만들어 냈고 그걸 제하겠다고 연락이 왔다.

그러더니 이번엔 카드키가 부러졌다고 30불을 제하겠다고 다.

처음 받았을 때부터 부러져있는걸 주인쪽 부동산에서도 인정했다고 했으나 정작 주인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무조건 세입자의 부주의라고...


내 보증금은 그렇게 이래 저래 떼이고 떼여서 너덜너덜 해지고 있다. 14일을 채우려면 아직 열흘이나 남았는데 남는 돈이나 있을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억지로 찾아서 끼워 맞추려면 백 가지, 천 가지를 못 만들겠는가 싶다.

부동산에선 이 정도면 약과라고 했다.

싱가포르엔 더  집주인들도 많다고...


나는 진정 궁금하다. 그렇게 이익만 보면서 천년. 만년 잘 살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걸까?

이제 제발 내 돈 좀 돌려주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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